2025 APEC 정상회의 경계·경호작전 현장을 가다

입력 2025. 11. 02   15:21
업데이트 2025. 11. 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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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부터 요충지 돌며 사전 점검 
행사 기간 인근 야산서 외곽 경비 철저
기동타격대·방공중대도 24시간 대기
APEC 정상회의 성공 든든한 뒷받침 
“역사적인 순간 함께할 수 있어 영광”

대한민국의 높은 국격과 글로벌 파워를 세계에 널리 알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우리 군 장병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다. 우리 군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주무대인 경북 경주시는 물론 귀빈들의 이동경로 일대를 완벽히 지켜 내며 행사의 성공을 든든히 뒷받침했다. 사실 행사 기간 장병들의 모습을 본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곳에 장병들은 존재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는 우리 군의 각오에 따른 것. 세계인의 찬사를 받아 마땅했던 장병들의 헌신을 행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30~31일 경주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글=맹수열/사진=조종원 기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 기간인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일대 산에서 육군50보병사단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 기간인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일대 산에서 육군50보병사단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메인 행사장인 경주 보문단지 인근 한 야산. 이곳에서는 장병들과 경찰이 군·경 합동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산은 경주 외곽에서 보문단지로 향하는 접경지로 군과 경찰의 담당구역이 겹치는 곳이다. 장병들은 산속으로 수상한 이들이 진입할 경우 경찰과 함께 이를 저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번 작전은 우리 군이 평소 수행해 왔던 차단작전과는 궤가 다릅니다. 행사 기간 보문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국민을 안내하고 신원미상의 민간인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하는 경호·경비작전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안내를 맡은 위진(중령) 육군50보병사단 정훈참모의 말이다.

위 참모의 말에는 2가지 뜻이 담겨 있다. 행사 안전을 책임지는 본연의 임무가 첫 번째, 행사 기간 수시로 접촉하는 국민들이 오해나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사전에 돕는 것이 두 번째다. 실제로 APEC 정상회의 기간 장병들은 보문단지 일대 등산로를 찾은 많은 국민에게 성공적인 행사를 위한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경주시 일대 경호·경비를 맡은 50사단은 행사 기간 1000여 명의 병력을 투입, 행사장 외곽을 빈틈없이 지켜 냈다. 외곽 경비로 안전을 책임진 최광수(대령) 50사단 화랑여단장은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보문단지를 둘러싼 산을 20번 넘게 둘러보며 핵심 요충지를 직접 확인했다. 군이 최소한의 병력으로 최대 효율을 얻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최 여단장을 비롯한 현장 지휘관들의 꼼꼼한 사전 준비가 큰 몫을 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민들께 우리 군이 정말 믿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대민 접촉이 많은 만큼 모든 상황을 상정, 법률 검토를 하며 군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명확히 나눴습니다. 잡음 없이 조용히 임무를 완수하고 있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최 여단장의 말이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 기간인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일대 산에서 육군50보병사단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 기간인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일대 산에서 육군50보병사단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여단은 작전 기간 장병들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책임졌다. 만에 하나 잘못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다. 최 여단장은 “완벽한 국가 행사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치안과 안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살면서 다시 찾아오기 힘든 큰 이벤트에 동참하고 있는 장병들의 자긍심은 이런 우리 군의 목표에 큰 힘이 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장병 모두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입을 모으며 완전작전 의지를 불태웠다.

“아마 이런 경험은 두 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군의 일원으로서 국민들께 봉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힘을 줍니다.” 근무초소에 서서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던 김현우 일병은 잠시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어 보였다.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으로 부대에서 보급한 방한용품들.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으로 부대에서 보급한 방한용품들.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큰 변수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였다. 행사 직전까지만 해도 다소 서늘한 정도였던 기온이 섭씨 1도까지 뚝 떨어진 것. 경계작전 지원을 나온 낙동강여단 소대작전부사관 안종환 중사는 “새벽에는 바람도 거세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온수 보온병, 핫팩, 반침낭(하의를 덮을 수 있는 침낭) 등 적시적인 지원 덕분에 지장 없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혹시 모를 적 침투, 무인기 위협 등에 대한 완벽한 대비태세도 갖췄다. 장병들이 주둔 중인 경주대대에서는 기동타격대, 방공중대 장병들이 24시간 대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기 중 틈틈이 폭발물 의심물체 조치훈련 등을 하며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던 박종기(중사) 화랑여단 기동타격대 팀장은 “끊임없는 훈련으로 어떤 상황이 찾아와도 망설이지 않고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휴대용 대공무기 신궁을 운용하는 남궁한필 하사도 “국격을 높이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무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런 장병들이 안전하게 임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대의 몫. 50사단은 돌발변수였던 추위 방지는 물론 장병들의 먹거리, 잘 곳을 세심히 살폈다. 자리를 뜰 수 없는 장병들을 위해 맛있는 도시락을 손수 배달하던 김재기 영천대대 주임원사는 이렇게 말했다.

방공중대 장병들이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신궁 설치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방공중대 장병들이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신궁 설치 및 장비 점검을 하고 있다.

 

기동타격대 장병들이 폭발물 의심물체 조치훈련을 하고 있다.
기동타격대 장병들이 폭발물 의심물체 조치훈련을 하고 있다.



“우리 장병들이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주임원사인 제 책임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수고하는 동료들과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복귀하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보문단지를 내려다보며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의 매력을 만끽하고 있는 세계 주요 인사들의 뒤에 우리 장병들의 헌신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다시 빛을 향해 산을 내려가야 하는 기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장병들의 무운을 빌어 주는 것뿐이었다. “무사히, 건강하게 임무를 완수하시길.” 산을 내려가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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