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특별기고-‘2025 APEC 정상회의’ 성과와 향후 과제

입력 2025. 11. 02   15:37
업데이트 2025. 11. 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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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로 개최한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양일간의 정상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비공식 고위관리회의가 열린 이래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을 기치로 내세운 ‘2025 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내에서 개최된 큰 국제회의라는 의미를 넘어 다양한 측면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총평할 수 있겠다. ‘2025 APEC 정상회의’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열린 여러 양자회담을 간략히 살펴보면서 내용과 형식 면에서의 성과를 되새기고 향후 과제를 덧붙여 보고자 한다. 

이재명(앞줄 오른쪽 셋째) 대통령과 시진핑(앞줄 오른쪽 넷째) 중국 국가주석 등 정상들이 지난달 31일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앞줄 오른쪽 셋째) 대통령과 시진핑(앞줄 오른쪽 넷째) 중국 국가주석 등 정상들이 지난달 31일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목만큼 이번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표현도 없다. 첫 번째 성과는 이재명 정부의 첫 국제 다자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름으로써 대한민국의 능력을 국내외에 다시금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제2의 잼버리 사태’를 우려하던 초기 준비상황과 달리 실제 행사에선 어떠한 절차 또는 준비상 잡음도 불거지지 않았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인 국무총리가 10번 이상 경북 경주를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적인 개최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과 함께 그랬어야 할 만큼 초기 준비상태가 미진했다는 말도 된다. 이런 문제가 불과 몇 달 만에 해소됐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지닌 저력을 확인시켜 줬다. 국민들도 다시금 자긍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두 번째 성과는 APEC 정상회의를 기반으로 굵직한 양자회담이 열려 APEC 기간 관심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개별 회담 내용 또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30일 미·중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 이달 1일 한·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양자회담은 우리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극적인 관세협상 타결과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 성과는 예기치 못한 것이기에 이후의 정상 간 활동에도 기대치가 높아졌다. 미·중 정상회담 역시 APEC 정상회의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양국 간 극한 대립 없이 직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실무협의 내용을 추인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만 관련 돌발발언도 없어 APEC 정상회의의 긍정적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첫 상견례 격이었던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갈등과 대립보다 협력과 발전을 지향하는 한·일 관계가 부각됐다. 한·중 정상회담도 양국 정상의 기대에 찬 모두발언을 시작으로 1건의 계약과 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둠으로써 APEC 정상회의 기간 긍정적인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밖에 한국은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베트남, 호주, 싱가포르와의 정상회담까지 압축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는 외교적 노력을 보여 줬다.

세 번째 성과는 이 같은 양자회담 외에 APEC 정상회의 자체도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대미는 ‘경주선언’ 채택이라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에서는 정상 선언문 채택이 불발된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 트럼프 2기 첫 APEC 정상회의에서도 참가국 간 입장 차로 정상 선언이 발표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랬다면 주최국인 우리로선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선언문 채택과 더불어 내용 면에서도 올해 APEC의 3대 중점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기본 틀로 미국·중국이 입장 차를 보여 온 인공지능(AI)과 관련된 내용을 우리 주도로 조율해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네 번째 성과는 각각의 양자회담과 경주선언 등으로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을 일관되게 표출하고 추진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거론한 점이나 한·중 정상회담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의 길을 다시 찾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점 등은 이전 미국 방문 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밝혔던 이재명 정부의 미·중과 관련한 시각을 다시금 확인시켜 줬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과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한 부분은 국가 전략의 일관성을 보여 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경주선언에 담긴 AI 시각도 글로벌 AI 3대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의 국가 전략이 잘 담겼다고 본다. 엔비디아 수장인 젠슨 황의 퍼포먼스도 여기에 힘을 실어 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까지 풍성했다면, 이젠 잔치의 여흥이 오래가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먼저, 양자회담에서 우리가 얻어 낸 것과 노력해야 할 부분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조만간 공개될 ‘조인트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를 통해 국내적인 추가 논의와 이에 기반한 후속조치가 구체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양자회담에서 받아 낸 관세 합의나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성과는 조속히 공고화하는 한편 투자와 같이 우리가 짊어져야 할 부분은 시기와 영역 면에서 슬기롭게 부담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APEC 정상회의 기간 주요국 외의 국가들과 맺은 관계도 국익에 맞게 한층 발전시킬 기회를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과의 방산협력뿐 아니라 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공조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자적인 측면에서 APEC 정상 선언에 담은 내용을 토대로 글로벌 리더로서 한국의 활동을 국제사회에 가시적으로 선보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끝으로, 북한 관련 부분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우리 입장을 반복 설명해 국제사회 전반의 동조와 북한의 전향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강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강규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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