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각급 부대가 22일 대한민국을 수호한 호국영웅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후배 장병들은 선배 전우의 투철한 군인정신을 가슴에 오롯이 새기고,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원준 기자/사진=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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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화한 갑종장교 선배 전우에 존경을
육군보병학교는 22일 학교 내에서 제21회 갑종장교 추모제 및 제20회 동춘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갑종장교전우회와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이장흠 갑종장교전우회장을 비롯해 6·25참전유공자회, 광주지방보훈청, 장성군, 상무대 각 병과학교에서 3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에서 산화한 갑종장교 선배 전우를 추모하고, 육군 최우수 소대장으로 선발된 동춘상 수상자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갑종장교는 과거 장교 양성제도 중 하나로, 1950년 1기부터 1969년 230기까지 총 4만5424명의 정예장교를 배출했다. 이들은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대간첩작전 등 수많은 전투에서 빛나는 전공을 세웠지만 그만큼 많은 희생이 따랐다.
이에 학교는 갑종장교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추모하고 명예를 선양하기 위해 매년 추모제를 열고 있다. 이날 추모제는 갑종장교 약사 보고, 호국탑 참배, 추모사 낭독, 군가 및 강령 제창, 만세삼창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에 이어 제20회 동춘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육군 최우수 소대장으로 선발된 박용현·노혁준·최동준·신주한 대위(진), 최준원·손승현·주홍현·이태한·박주현·박연호·서수현·유영호·최솔휘·김성원 중위 등 14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6년 제정된 동춘상은 1972년 베트남 안케패스 전투에서 쏟아지는 총·포탄을 무릅쓰고 적의 벙커를 파괴한 뒤 산화한 고(故) 임동춘 대위의 희생정신과 투철한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육군 소대장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전쟁영웅상이다. 이들 14명의 소대장은 국가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의 군인정신을 계승해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소대장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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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천 전투 전사 튀르키예군 추모
육군5보병사단은 22일 경기 연천군 장승천전투 전적비에서 6·25전쟁에서 전사한 튀르키예군의 희생을 기리는 ‘장승천 전투 추모행사’를 거행했다.
행사에는 윤기중(소장) 사단장과 살리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네시미 카플란(육군대령) 튀르키예 무관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장승천 전투는 1951년 4월 22일과 23일 이틀간 미 25사단에 배속된 튀르키예군이 중공군의 춘계 대공세에 맞서 싸운 전투로 이 지역에 위치한 ‘장승천’에서 명칭이 유래됐다.
당시 다라미 고개 정상에 배치된 튀르키예군 경계소대는 소대원 전원이 전사하는 순간까지 치열한 전투로 임무를 완수하며 후방의 미군·프랑스군·필리핀군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특히, 포병 관측장교였던 메흐멧 고넨츠 중위는 중공군에 포위된 연천 425고지에서 적이 점령하기 직전 자신의 중대가 위치한 좌표에 포격을 요청하면서 중공군의 남하를 멈추게 했다. 포격 요청 메시지를 끝으로 적과 함께 현장에서 전사한 고넨츠 중위는 장승천 전투의 영웅으로 2014년 우리 정부로부터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윤 사단장은 추도사에서 “형제의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용맹하게 싸우다 산화하신 튀르키예군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며 “우리는 튀르키예군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며 완벽한 현행작전태세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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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나희봉 일대 유해발굴 개토식
육군35보병사단은 같은 날 전북 순창군 녹두장군 전봉준관 운동장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전 개토식을 거행했다.
김광석(소장) 사단장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70여 명이 참석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의 넋을 기리고, 성공적인 유해발굴작전을 기원했다.
사단 남원·순창대대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오는 28일부터 5월 23일까지 4주간 순창군 나희봉 일대에서 유해발굴작전을 전개한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국군11사단이 학도병, 청년방위단, 경찰 등과 북한 무장공비를 상대로 호남지구 공비토벌작전으로 불리는 ‘회문산 작전’을 펼쳤던 격전지다.
사단은 성공적인 유해발굴작전을 위해 올해 초 6·25전쟁사와 참전용사 제보 등을 바탕으로 국군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대해 사전 탐문 및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또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유해발굴기법, 유해 식별 시 행동요령, 위험예지교육 등 2주간 집체교육을 실시하고, 발굴지역 주변 정리 등을 하며 원활한 유해발굴작전이 될 수 있도록 힘썼다.
김 사단장은 추념사를 통해 “호국영웅들을 가족의 품으로 모시는 일은 우리 군인은 물론, 국민 모두가 함께해야 할 역사적 책무”라며 “호국영령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내 가족을 찾는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날까지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영배(중령) 남원·순창대대장은 “7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로이 산야에 묻혀계신 호국영웅의 헌신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유해발굴작전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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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에게 듣는 6·25전쟁 기억
육군6보병사단 육탄진격대대가 오는 5~6월 실시할 예정인 유해발굴작전을 앞두고 6·25전쟁 참전용사 초빙강연을 실시했다.
대대는 22일 집중정신전력교육의 하나로 6·25 참전용사인 임석환 옹을 부대로 초청해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에는 300여 명의 장병들이 참석해 호국정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임옹은 전쟁 발발 직후 두 살 터울 형과 함께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 학도병으로 자원입대, 인제지구 전투와 오성산 전투 등에 참전했다.
임옹은 강연에서 “유해발굴은 단지 땅을 파는 일이 아니라, 아직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조국의 품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마지막 임무”라며 “그 숭고한 사명은 오직 장병 여러분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유해발굴작전이 펼쳐질 경기 포천시 은행나무골 일대가 6·25전쟁 당시 유엔군과 중공군 간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장소임을 강조하며, 당시 함께 피 흘린 혈맹 덕분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임옹은 “그날의 총성과 희생 위에 지금의 평화가 있다”며 “젊은 전우들이 피로 지켜낸 땅 위에서 우리는 다시 그 이름들을 되찾는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연을 들은 김남균 중위(진)는 “전투 현장을 직접 겪은 선배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와 사명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며 “국가와 전우를 위한 마지막 예우에 혼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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