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간 쉼 없이 달리며 임무 완수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입력 2023. 06. 28   17:18
업데이트 2023. 06. 2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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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시 군 병원열차 역사 속으로… 

국군의무사령부, 매월 2회 열차 운영
진료실·소수술실 30여 개 장비 갖춰
의무지원 대표 수단으로 자리매김
운행 종료후 교육 실습장으로 활용

국군의무사령부 장병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에서 마지막 운행에 나서는 국군병원열차를 거수경례로 배웅하고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장병들이 28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에서 마지막 운행에 나서는 국군병원열차를 거수경례로 배웅하고 있다.

 

하범만(둘째줄 오른쪽 넷째) 국군의무사령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국군병원열차의 마지막 운행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범만(둘째줄 오른쪽 넷째) 국군의무사령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국군병원열차의 마지막 운행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8일 경의중앙선 전철이 오가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플랫폼. 이곳에는 전철 대신 무궁화 열차 한대가 정차하고 있었다. 열차가 전철 플랫폼에 서서 승객을 기다리는 모습도 생소했지만, 그 옆에 한미 장병들이 있어 더 눈에 띄었다. 이들은 마지막 운행을 나서는 국군병원열차와 이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1950년 6·25전쟁 중 도입된 병원열차는 지금까지 쉼없이 궤도 위를 달리며 부상당한 장병들을 후송했다. 특히 국가 위기 상황은 물론 한미 연합작전 수행에도 큰 역할을 했다. 73년 동안 긴 임무를 마치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평시 군 병원열차의 마지막 모습을 소개한다.

글=임채무/사진=조종원 기자


6·25전쟁 중 제1철도후송대 창설

겉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흰색과 청색, 주황색 외관의 무궁화 열차와 똑같았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각 열차 칸마다 적십자 표시가 그려져 있다는 것. 그러나 객실은 사뭇 달랐다. 여행의 설렘에 들뜬 사람들 대신 군복 입은 장병만 있었고, 때때로 흰색 가운을 입은 군의관들이 지나는 모습이 보였다. 좌석 대신 2층 침대가 빼곡히 들어선 차량도 있다.

이동 중 언제든지 진료를 볼 수 있는 진료실과 소(小)수술실도 갖췄다. 진료실과 소수술실에는 산소공급기·심장제세동기를 포함한 30여 개의 의료 장비가 있어 천식이나 긴급 심장질환자 응급처치, 간단한 외과 봉합 수술도 가능하다.

열차 특성상 장시간 이동해야 하기에 KTX 특실에서나 볼법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간 서적을 비치하고, 최신 영화·음악도 틀어준다. 시원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냉장고뿐만 아니라 아픈 장병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조리실도 구비했다.

병원열차는 6·25전쟁 중인 1950년 12월 10일 제1철도후송대가 창설되면서 환자후송에 활용됐다. 이후 병원열차를 이용한 환자후송은 우리 군의 대표적인 의무지원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1969년에는 통일호 열차를 기반으로 전용 병원열차가 제작·운용됐고, 1998년 12월부터는 무궁화호 열차를 의료용으로 개조한 현재의 병원열차가 도입됐다.

국군의무사령부(의무사)는 전방 군 병원에서 3주 이상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병명과 병원별 수용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매월 2회 열차를 운영했다. 조금씩 변동은 있었으나, 군 병원 환자 집결지인 서빙고역을 출발해 신탄진역(국군대전병원)을 경유, 경산역(국군대구병원) 또는 장성역(국군함평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했다.

73년 동안 운영되면서 다양한 활약상도 있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바로 그러한 예다. 당시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국군대전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고, 대전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긴급 후송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에 의무사는 병원열차를 활용해 2일 만에 대전병원 입원 환자들을 대구·부산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었다.


국가 위기 상황·한미 연합작전 큰 역할

병원열차는 한미 연합작전 수행능력 향상에도 일조했다. 의무사는 전시 열차후송 소요 발생에 대비해 병원열차를 활용한 한미 연합 환자후송훈련을 정례적으로 진행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날 마지막 운행 현장에는 주한미군사령부 의무참모 크리스토퍼 마틴(Christoper R. Martin) 미 육군대령과 한미연합사령부 의무처장 김성화 육군대령을 비롯한 한미 의무요원들이 방문해 병원열차를 활용한 환자후송 체계를 견학하고 전시 연합 환자후송체계를 논의하기도 했다.

병원열차는 그동안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와는 다르게 최근 고속도로 등 교통여건의 개선과 버스를 활용한 육로 후송 확대, 전방 군 병원의 진료능력 확충 등으로 평시 열차후송 소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무엇보다 운용 연한이 도래함에 따라 이날 서빙고역에서부터 장성역까지의 임무를 끝으로 병원열차는 멈추게 됐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렸던 병원열차는 군 의무요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국군의무학교로 옮겨져 제2의 삶을 살게 된다. 의무학교는 병원열차를 전시 열차 후송절차 교육을 위한 실습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미래 전장상황 맞춰 열차 후송 시스템 구축

병원열차의 경적은 더 이상 울리지 않게 됐지만, 열차 후송은 전시 발생할 수 있는 다수의 환자를 후송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에 의무사는 열차 현대화·고속화에 발맞춰 전시 열차 후송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그 계획의 하나로 올해부터 KTX와 SRT·ITX 등 고속열차를 활용한 정기 환자후송 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세부적인 후송절차 및 인원·물자 운영방안을 발전시켜 전시를 대비한 미래 열차후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하범만(육군준장) 의무사령관은 “국군병원열차는 지난 73년간 평시 환자들을 후방 병원으로 후송하고, 전시와 국가 위기상황에 대비한 철도후송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며 “변화하는 미래 전장상황과 열차 현대화·고속화에 발맞춰 전시 열차후송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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