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8기계화보병사단 노현우 중위] 동장군과의 싸움, 나의 첫 혹한기 훈련

입력 2023. 03. 24   15:11
업데이트 2023. 03.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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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우 중위. 육군8기계화보병사단 맹호대대
노현우 중위. 육군8기계화보병사단 맹호대대

 

전쟁에서 동장군은 단단히 대비해도 이기기 쉽지 않은 상대다. 사실 추위에 완전히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은 지구에서 겨울을 없애 버리거나 봄을 기다리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하는 존재이기에 연습 또 연습, 훈련 또 훈련한다. 

특히 매년 겨울이 되면 우리는 동장군을 이겨 내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바로 혹한기 훈련이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추위에도 그동안 열심히 훈련해 온 전투역량을 올바르게 발휘하기 위해 훈련 전부터 완벽하게 준비한다. 훈련에 성공했다면 성공요인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기록한다. 훈련에 실패했다면 실패요인을 명확히 분석해 다음 훈련에는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반복 숙달한다.

우리는 선배 전우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6·25전쟁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중 장진호전투는 혹한기 훈련의 필요성을 알려 준다. 한겨울, 혹한의 추위 속에서 치른 장진호전투는 함경남도 장진군 일대에서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과 충돌해 병력부터 장비까지 적에게 막대한 손실을 준 전투다.

당시 영하 40도에 달하는 장진호의 날씨는 사람뿐만 아니라 식량과 연료, 보급품, 전투장비 등 모든 것을 얼려 버렸을 정도로 기상에 의한 비전투 손실이 상상 이상이었다.

장진호전투는 단순히 승패를 넘어 현대전에도 적용될 교훈이 있다. 불확실한 전장 상황에서 전투를 준비할 때는 체력·전술뿐만 아니라 지형·기상을 포함한 환경적 요소도 깊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와 예방대책이 없는 군사작전은 부대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실시된 부대 혹한기 훈련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여러 준비를 마친 채 장갑차로 신속히 기동해 격렬하게 교전을 벌였다. 공격작전 땐 하차 보병을 통제해 목표를 달성했다. 방어작전 중에는 신속·정확한 화력 유도로 적의 수많은 병력을 섬멸했다. 그 내용을 무전으로 들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급변하는 환경적 요인을 사전에 대비하고, 훈련 전까지 직책에 맞는 주특기 훈련을 숙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우리 전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수많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다. 이번 혹한기 훈련을 토대로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다양한 예방대책을 세워 전우들과 함께 싸운다면 반드시 이길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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