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바다 호흡 척척…한·미·영 ‘퍼펙트 원팀’

입력 2023. 03. 23   16:24
업데이트 2023. 03.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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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연합 수색훈련

‘MUH-1 마린온 헬기에 몸 싣고 하늘로’ 韓 장병들, 1200m 상공서 강하·은거지 구축
美 슈퍼 스탤리온 압도적 위용 뽐내며 합류…전술·전기 교환하며 임무수행 능력 고도화
해안에선 英 코만도 부대와 해상 침투 진행…연합 기동사격·도시지역 근접전투 전개도

 

우리 해병대 특수수색대대와 미 해병대 1원정기동군 장병들이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조사리 공정훈련장에서 이뤄진 공중침투 훈련 중 수신호, 무전기 주파수 등을 공유하는 전술토의 후 임무완수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우리 해병대 특수수색대대와 미 해병대 1원정기동군 장병들이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조사리 공정훈련장에서 이뤄진 공중침투 훈련 중 수신호, 무전기 주파수 등을 공유하는 전술토의 후 임무완수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원팀(One Team)! 필승!” 누구보다 은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적지에 침투한 연합군 장병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과 미동 없이 잔잔해 이동이 쉽지 않은 바다도 ‘하나의 팀’이 된 이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쌍룡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포항에 모인 한·미·영 해병대 최정예 장병들은 저마다의 전술·전기를 교환하며 임무 수행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었다. 연합 수색훈련을 통해 ‘원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들의 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글=맹수열/사진=이경원 기자 

마린온에서 강하하는 해병대 특수수색대대 장병들.
마린온에서 강하하는 해병대 특수수색대대 장병들.


22일 경북 포항시 북구 조사리 공정훈련장의 창공은 잔뜩 찌푸린 상태였다. 넓고 두텁게 펼쳐진 구름은 헬기를 활용한 공중침투의 방해물이다. 하지만 한미 해병대는 반드시 목표 지점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로 가득했다.

“사실 이런 날씨에 고공강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밑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하늘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시계가 제한되기 때문이죠. 그래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강한 훈련은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능숙히 대처하기 위함이니까요.”

고공 전술 강하를 앞둔 해병대사령부 특수수색대대 김남윤 상사는 “미군들의 전술적인 움직임과 우리의 체력·정신력을 합친다면 최강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상사 등 우리 해병대 장병들이 강하를 준비하는 사이 이번 훈련을 위해 미국 본토에서 온 미 해병대 1원정기동군 장병이 다가와 정겹게 인사를 건넸다. “굿잡(Good Job)!”이라며 장병들과 일일이 주먹을 부딪치는 그의 표정에서 완전 작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장병들은 MUH-1 마린온 헬기에 몸을 싣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구름 속으로 헬기가 사라지면서 이제는 소리로 이들의 위치를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안전히 착륙하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헬기 프로펠러 소리가 다시 들렸다. 목표 지점으로 강하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뜻. 땅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군들도 숨죽이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낙하산들이 4000피트(약 1200m) 상공에서 구름을 뚫고 등장했다. 낙하산에 몸을 의지한 채 강하하는 장병들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공중에서 적의 공격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대열을 맞춰 강하한 장병들은 처음 목표했던 장소에 발을 디딘 뒤 재빨리 낙하산을 정리했다. 착륙은 또 다른 작전의 시작. 한자리에 모인 장병들은 갈대밭에서 잠시 의견을 교환하고, 은거지 구축에 나섰다.

우리 장병들이 은거지 구축에 성공하자 미 해병대 훈련이 이어졌다. 미군이 보유한 가장 크고 무거운 헬기인 CH-53E 슈퍼 스탤리온은 하늘을 뒤덮는 굉음과 엄청난 바람을 몰고 우리 장병들의 은거지 인근에 도착했다.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며 헬기가 착륙하자 우리 장병들은 미군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주위에 흩어져 철저한 경계를 실시했다.

헬기에서 내린 미군 장병들은 다양한 물자와 함께 우리 해병대와 합류했다. 헬기 근처에서 모인 한미 장병들은 전술토의를 하며 이어질 훈련을 준비했다. 훈련 중 사용할 수신호, 무전기 주파수 등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한 한미 장병들은 기동로 정보와 각 팀의 임무를 다시 한번 숙지한 뒤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해상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고무보트를 이용해 해상침투 훈련을 하고 있다.


공정훈련장 인근 해안에서는 해병대1사단 수색대대와 영국왕립해병대 코만도 부대의 해상 침투가 진행됐다. 1664년 창설된 코만도는 수색·정찰과 침투, 표적 획득, 화력 유도 등 특수작전 전문가로 구성된 최정예 부대다. 우리 해병대와 코만도의 연합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1시간30분 전 포항 남쪽 해안에서 출발한 고무보트(IBS)에 몸을 의지한 두 나라 장병은 해안 500m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본격적인 침투에 앞서 해안 일대를 정찰하기 위해 척후조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낮에 훈련하고 있지만 야간을 가정한 것이라 적이 고무보트를 확인하지 못할 지점에서 대기하는 것이죠.” 1사단 수색대대 작전과장 최홍성 소령의 설명이다.

“척후조는 잠수사 추진기를 이용해 수중 침투할 예정입니다. 먼저 들어와서 주위 상황을 살핀 뒤에는 사전에 약속된 신호를 보내 해안으로 고무보트를 유도하게 되죠. 적이 절대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히 침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최 소령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모래사장 바로 앞에서 잠수사 추진기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한낮인데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도무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모습을 드러낸 척후조는 검은 잠수복을 착용해 은밀성을 더했다. 총기 역시 검은 방수총낭으로 감싸 바닷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적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방수총낭을 씌운 상태에서도 교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최 소령의 부연이었다.

잠수장비를 모래로 덮어 노출을 피한 뒤 해변의 안전을 확보한 척후조는 곧이어 멀리 떨어진 전우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깜박깜박하는 미세한 손전등 불빛을 확인한 본대는 노를 저어 해안에 도착했다. 이미 1시간30분 가까이 기동한 데다 평소보다 바람이 적어 이동이 더 힘든 상황이었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신속 그 자체였다. 한·영 장병 50여 명이 모두 도착했지만 해안은 적막했다. 들려오는 것은 오로지 파도 소리뿐. 야간이라고 상상하면 이들이 온 것을 알아차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영 해병대는 23일 연합 기동사격과 도시지역 근접전투(CQB)를 하며 우리 지형에서 펼치는 연합작전 능력을 더욱 고도화했다. 우리 해병대는 미국·영국과 함께한 연합훈련을 통해 전투기술을 공유하며 임무 수행능력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바다와 공중에서 성공적인 침투를 마친 한·미·영 장병들은 이번 연합훈련은 작전·임무 수행능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해안침투 훈련에 참여한 1사단 수색대대 박창연 대위는 “영국군과 처음으로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말했다. 코만도 부대 마린 존스(Marine Jones)는 “한국 해병대와 함께 전투기술을 숙달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달라도 모두 같은 해병’이라는 일체감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한국 해병대와 긴밀한 협력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공중침투 훈련에 나선 미 해병대 그리피스 제이 병장 역시 “한국 해병대는 가까운 동료이자 좋은 친구”라며 “전술·기술·과정을 함께 만들어 나간 이번 훈련은 힘들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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