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USFK - ③ 미8군 65의무여단] 전쟁 승리는 건강에서부터…  전우 생명 지켜낸다!  워리어 부활시킨다!

입력 2023. 03. 23   16:12
업데이트 2023. 03. 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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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캠프서 야전병원 운용 훈련
신속한 동작으로 중상자 응급처치
캠프 험프리스선 이론+TCCC 훈련
수많은 훈련 통해 단계별 완벽 처치

장병 450여 명, 전투력 보전 구슬땀
군 의료기술 노하우 한국군에 전파도 
“비무장지대 장병에 백신 지원 뿌듯”
한미동맹·생명 수호 위해 헌신 각오

캠프 험프리스에 전시돼 있는 미 65의무여단 M997A3 험비 앰뷸런스.
캠프 험프리스에 전시돼 있는 미 65의무여단 M997A3 험비 앰뷸런스.


주한 미8군 65의무여단은 2008년 10월 우리나라에 배치된 미 육군 의무부대다.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벌지전투 등에 참전한 경험과 전문적이고 첨단화된 의료시스템은 우리 군에도 크고 작은 교훈을 전한다. 전장에서 다친 부상자들을 모두 전투원(Warrior)으로 부활시킬 수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뭉친 의무여단 장병들. ‘인사이드 USFK’의 세 번째 주인공은 65의무여단이다. 글=조수연/사진=조종원 기자

생화학방호시설 연결한 기동형 ‘야전병원’

전장 상황을 가정한 전투부상자처치 훈련 모습.
전장 상황을 가정한 전투부상자처치 훈련 모습.


지난 15일 오전 찾은 경기도 동두천 캠프 케이시 훈련장에는 얼굴에 부상 특수분장을 한 미군 장병이 전우들과 피자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한 시간 뒤 열리는 여단의 야전병원 운용 훈련에서 전투 부상자를 연기한다고 했다. 그 옆에는 폭발상·총상 등 각종 부상으로 특수분장한 장병들이 눈에 띄었다.

의무여단 장병들은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야전병원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텐트 형태의 야전병원은 전술트럭(LMTV)에 생화학방호시설(CBPS)을 연결한 기동형 의무장비다. 화생방 상황에서도 응급수술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꾸몄다.

훈련이 시작되자 부상자들의 안타까운 신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의무여단 장병들은 신속한 동작으로 중상자를 응급처치하고, 부상 정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했다.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중경상 환자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병원 한쪽에서는 군종목사가 사망 판정을 받은 전사자를 추모하고 있었다. 단순한 부상자처치 훈련을 넘어 실제 전장을 조성한 훈련이라는 방증이었다.

평시에도 해부용 실습도구를 활용해 꿰매기·매듭법 등 외과 수술을 수시로 연습한다고 한다.

미 육군은 야전병원에 실려 온 장병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 충원시스템(PROFIS)을 운용하고 있다. 고액 연봉의 전문의와 변호사, 민간 공학 전문가들을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전문 의료진이 주기적으로 훈련에 참여해 전시를 가정한 의무체계 전반을 점검하기도 한다.


총성·비명 속 부상자처치…실전성 극대화

전투부상자처치 이론 교육 중 토론하는 미 65의무여단 장병들.
전투부상자처치 이론 교육 중 토론하는 미 65의무여단 장병들.

 
지난 16일 오전에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다. 토머스 밴덜 교육훈련센터에서는 이론 교육이 한창이었다. 65의무여단 장병들은 강의실 한가운데 놓인 인체모형(더미)을 둘러싸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이어진 전투부상자처치(TCCC) 훈련. 참혹한 전쟁터를 구현해 놓은 시뮬레이션 훈련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훈련장 출입문 너머로 매캐한 연기와 타는 냄새가 새어 나오고, 총성과 비명이 난무했다.

당차게 문을 열고 훈련장에 들어선 장병들은 뿌연 연기 속에서도 빠르게 부상자를 찾았다.

“서둘러!” 교관들은 부상자를 빨리 후송하라며 장병들을 다그쳤다. 혼이 나가 버릴 듯한 훈련장 환경. 하지만 수많은 훈련으로 다져진 장병들의 부상자처치술은 신속하고 능숙했다. 이론과 실습에서 익힌 대로 단계별 처치를 척척 해 나가는 모습은 마치 ‘기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장병들은 다리가 절단돼 쉴 새 없이 피를 흘리는 더미의 기도를 확보하고 다리에 붕대를 감은 뒤 들것에 옮겨 훈련장 밖으로 후송했다.

훈련이 반쯤 진행됐을까. 먼저 훈련장을 빠져나온 기자는 풀려 버린 다리를 추슬렀다. 심장도 두근두근 떨렸다. 비록 가상의 전쟁터였지만 훈련장에서 비명과 총성에 시달린 탓이었다. ‘전쟁 트라우마’를 간접 경험한 듯했다.

의무여단 장병들은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는 패닉상태에 빠지기 쉬운 전장에서도 평소 배운 응급처치기술을 발휘하도록 실전적인 훈련을 반복하고 있었다.


시스템·경험 한국군과 공유…‘든든한 동맹’

지난 15일 캠프 케이시 훈련장에서 열린 야전병원 운용 훈련에 참여한 미 65의무여단 장병들이 응급처치를 받은 중환자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5일 캠프 케이시 훈련장에서 열린 야전병원 운용 훈련에 참여한 미 65의무여단 장병들이 응급처치를 받은 중환자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65의무여단의 모체는 1927년 10월 창설된 15의무연대다. 1941년 65의무연대로, 1944년 65의무단으로 재편성됐다. 1971년 18의무사령부에 이어 2008년 10월 65의무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2019년 9월 20일 캠프 험프리스에 브라이언 올굿 육군종합병원이 완공됐다. 병원은 연간 5000명의 입원 환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68개의 병상을 구비했다. 65의무여단 장병 450여 명이 이곳에서 근무하며 전투력 보존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지난 16일 병원 앞 전광판에는 ‘전쟁의 승리는 건강에서부터’라는 문구가 흐르고 있었다. 병원은 미군 장병·가족, 관계자, 카투사의 치료를 담당한다. 출산·분만 환자를 위한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물리의학 및 재활센터 등 다양한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래서일까? 미군 장병들은 군 의료시설에 깊은 신뢰감을 표한다.

부대는 오랜 시간 쌓아 온 군 의료기술 노하우를 한국군에 전파하고 있다. 한국군과의 연합훈련은 물론 성모병원·아주대의료원·영남대병원 등 국내 민간 병원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의료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1955년부터 이어 온 ‘한국군 의료인 통합서비스 프로그램(ISRMHCPP)’도 유서 깊은 한미동맹의 증거다.

6개월마다 열리는 프로그램에는 한국군 의무·의정 장교들이 65의무여단 장병과 근무하면서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문화적 이해도를 높인다. 긴 시간만큼 다수의 수료자를 배출하면서 우리 군의 의무능력 향상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하는 미 65의무여단 135중대장 니컬러스 존슨 소령.
인터뷰하는 미 65의무여단 135중대장 니컬러스 존슨 소령.


훈련장에서 만난 65의무여단 니컬러스 존슨(소령) 135중대장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주둔하는 한국군 장병들에게 백신을 제공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미동맹의 의미를 부연했다. 그는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하는 용감한 대한민국 장병들을 지원할 기회를 갖게 돼 매우 자랑스러웠다”며 “최근에는 국군의무사령관을 만나는 기쁨도 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군 장병들과 지속해 교류·협력하며 동맹의 결속력을 높이고 연합작전태세를 완비할 것”이라며 “미군이 여러 전쟁에서 얻은 경험·교훈을 한국군과 적극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존슨 중대장은 한미 장병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고 나라를 지키고자 군에 온 아들·딸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각오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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