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문고+_양서진 상병] 변화를 맞이하는 자세

입력 2023. 03. 22   16:59
업데이트 2023. 03. 22   17:09
0 댓글

『데미안』을 읽고


군 생활 동안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가 보지 않은 길, 도전하지 않는다면
어느 길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양서진 상병.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양서진 상병.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번역/ 민음사 펴냄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번역/ 민음사 펴냄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나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진중문고에서 접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 데미안이 친구 싱클레어에게 보낸 문장이다. 헤세는 전쟁이 일어나고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격변하는 20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싱클레어가 유년기부터 청년기까지 인생의 진리를 찾아 번뇌하는 과정을 이 소설에 담았다.

더불어 위 구절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과 규범에 국한되지 말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한다. 『데미안』을 읽으면서 절반이 지난 군 생활을 되돌아보고 남은 기간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됐다.

군 생활은 변화와 적응의 연속이었다. 논산훈련소에 들어가며 20여 년간 살아온 삶의 패턴과 전혀 다른 단체생활을 해야 했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군인의 삶을 마주하게 됐다.

카투사훈련소(KTA)에서는 한국군과는 전혀 다른 미군들의 생활방식에 적응해야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체력단련을 하고, 식사하러 이동할 때도 케이던스(Cadence·스텝과 스텝 사이에 걸리는 시간을 수치화한 것)에 맞춰 행군하는 등 처음 경험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체력단련 시간에도 최대한 열심히 임하고, 짧은 영어 실력으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였다. 훈련 기간 지상작전사령부 작전과에서 현행 작전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는 임무를 맡았다.

더불어 미국 측 작전과와 한국 측 방공과 간의 탄도미사일 탐지 추적 및 미사일 경보 등의 자료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통역을 맡았다. 전문적인 군사용어를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버거웠지만 한미 군사용어 단어장과 한국 통역병의 조언 등을 참고해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군 생활 동안 주어진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자세를 지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가 보지 않은 길을 처음부터 쉽게 갈 수는 없지만 도전하지 않는다면 어느 길도 갈 수 없을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