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인사이드] ‘어벤져스’급 주력 전차 총출동…실제 전장서 ‘진검승부’ 펼친다

입력 2023. 03. 21   17:24
업데이트 2023. 03. 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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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 집결 중인 최강 전차들

미 M1A2 에이브럼스·영 챌린저2
폴란드·핀란드 레오파드 2A4/A6
지원 약속했거나 실제 전개 중

독일 ‘전차 지원’으로 입장 선회
3세대 주력 전차 즉시 지원
미국 제외하고는 독일이 유일
실제 투입 땐 전쟁 기류 바뀔 수도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최신형 M1A2 SEP(v)3 전차 31대의 지원을 결정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최신형 M1A2 SEP(v)3 전차 31대의 지원을 결정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세계 각국의 주력 전차들이 실제 전장에 모여 진검승부를 벌인다. 만화나 게임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전선에 투입될 예정인 우크라이나군 신설 전차부대가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주력 전차로 무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폴란드·체코 등에서 긴급 지원한 구(舊)소련제 T-72 및 T-62 계열 전차가 아닌 서방세계를 대표하는 주력 전차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M1A2 에이브럼스, 영국은 챌린저2, 독일·폴란드·노르웨이·포르투갈·핀란드 등은 레오파드 2A4/A6 등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거나 지원 중인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주력 전차로 러시아 침공군의 선봉을 담당하는 T-90 및 T-80 계열 전차를 상대한다는 방침이다. 계동혁 전사연구가


꿈에서나 가능한 대규모 전차전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전차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압도적인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전차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양한 영웅과 초인, 심지어 신까지 힘을 합쳐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설정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도 세계 각국이 자랑하는 주력 전차들이 한곳에 모여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침략자에 맞서 싸우고 있어 군사 마니아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바로 세계 각국에서 지원받은 전차로 러시아를 상대하는 우크라이나 육군 이야기다. 특히 2선급 장비가 아닌 현재 자국 육군의 주력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 중이거나 지원할 계획이 공개되면서 군사 마니아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만화나 게임 속 상상이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어서다.

사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세계 각국의 전차가 한곳에 모여 전투를 벌이고 최강의 전차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전차는 육군의 핵심 무기체계이자 지상전의 왕자로 군림하게 됐다. 다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전과 걸프전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각국의 주력 전차들이 전선에서, 그것도 대규모 전차전을 벌이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강대국들이 제3차 세계대전을 피하고자 전면전 대신 약소국들을 부추겨 대리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강대국들의 주력 전차가 서로 맞붙어 싸울 일이 없다 보니 주력 전차의 객관적인 성능 비교가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그 성능이 과대평가되거나 반대로 과소평가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여기에 더해 다종다양한 대전차무기의 등장과 함께 심심하면 불거지는 ‘전차 무용론’ 역시 전차의 객관적인 성능 평가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도 자국 주력 전차의 성능을 적국 혹은 주변국의 주력 전차와 비교하고 우열을 가늠하는 것은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다. 과거 미국이, 지금은 러시아와 중국이 전차 바이애슬론 같은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최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 2A4 전차 지원을 결정했다. 위키미디어 홈페이지
최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레오파드 2A4 전차 지원을 결정했다. 위키미디어 홈페이지

 

폴란드와 체코는 각각 PT-91과 T-72 개량형 전차를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폴란드와 체코는 각각 PT-91과 T-72 개량형 전차를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무기가 전차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세계 각국의 전차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과도 같은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황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력상수(戰力常數)로 전차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어서다. 아울러 전투 손실을 쉽게 보충하기 힘든 전차의 특성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차 내부에 탑재되는 각종 광학장비와 전자장비 생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젤린스키 대통령의 호소가 통한 덕분일까?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세계 각국의 군사 지원, 특히 그중에서도 전차 지원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차 지원에 부정적이던 독일이 올 1월 초 지원 쪽으로 입장을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 국가 중 100대 이상의 3세대 주력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즉시 지원할 수 있는 나라는 독일이 유일하다. 여기에 폴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핀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는 전차 역시 독일제 레오파드 2A4/A6 계열이다. 만약 독일이 전차 지원에 계속 반대할 경우 향후 군수 지원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력 전차 지원에 독일이 동참하면서 군수 지원 문제는 일단 큰 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향후 독일은 물론 폴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독일제 레오파드 계열 전차의 수리, 창정비 등의 군수 지원이 가능해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M1A2 전차의 경우 복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현재 폴란드에 공급되는 것과 같은 수출형 M1A2 SEP(v)3로 확인되고 있다. 후속 군수 지원 및 창정비가 우크라이나의 후방 병참기지를 자처하는 폴란드에서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우크라이나 육군이 전쟁 전에도 이미 11종 이상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쟁 중 러시아로부터 노획한 전차 17종과 세계 각국에서 이미 지원했거나 앞으로 지원하게 될 전차 11종까지 계산하면 총 39종, 같은 계열로 분류를 최소화해도 12종이 넘는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정상적인 군수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노획한 러시아제 전차를 운용 중인 일부 부대는 일종의 온라인 벼룩시장에서 필요한 수리부속과 대체장비를 융통하고 있을 정도다.


세계 각국 전차 전시장이 된 우크라이나

영국 국방부에서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차병들의 챌린저2 전차 교육훈련 모습.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영국 국방부에서 공개한 우크라이나 전차병들의 챌린저2 전차 교육훈련 모습.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최근 국제전략연구소(IIS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양국의 전차 보유량 변화를 분석하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총 전차 보유량은 전쟁 전 960여 대에서 전쟁 중인 현재 1000여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러시아의 침공 전 주력 전차는 T-64 계열 전차였으나 최근 T-72 계열 전차가 전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원과 러시아군의 전차를 노획해 전력에 편입시킨 덕분이다. 실제로 폴란드, 체코, 북마케도니아 등이 지원한 T-72 계열 및 PT-91 같은 개량형만 해도 580대가 넘으며 노획한 러시아군의 T-72 계열 전차도 300대가 넘는다. 여기에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180여 대의 T-80 계열 전차 역시 전쟁 전부터 보유한 90여 대의 T-80 계열 전차와 함께 우크라이나 육군 기갑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지원 예정인 3세대 전차들이 새롭게 가세할 경우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전쟁의 균형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 전력은 전쟁 전부터 시험개발 중인 T-84 오플롯M과 차세대 전차로 불리는 T-84U를 제외해도 T-80BV, T-80UD, T-72AMT, T-72AV zr.2021, T-72 기본형, T-64BM 불라트, T-64BV zr.2017, T-64BV, T-64 기본형이 있다. 전쟁 중 노획한 러시아군의 T-62M/MV/Obr.1967, T-72A/AV/B/BA/B3/B3M, T-80BV/BVM/U/UK/UE1, T-90A, T-90S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지원한 T-72M(폴란드·체코·북마케도니아), PT-91(폴란드), T-72 어벤저(체코), T-72EA(체코), M-55S(슬로베니아) 등도 있다. M1A2 에이브럼스(미국), 챌린저2(영국), 레오파드1(독일), 레오파드2(독일·폴란드·스페인·포르투갈·핀란드 등)가 추가 지원될 전망이다.


전차의 숫자가 전쟁 승패를 좌우한다?

영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17대의 챌린저2 전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영국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17대의 챌린저2 전차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홈페이지


한편 IISS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가 보유한 T-72B3와 T-72B3M 전차의 절반 이상을, T-80BV/U 전차의 3분의 2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전쟁 전 3750여 대의 전차 보유량을 자랑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250여 대로 크게 감소했다. 주력이라 할 수 있는 T-72 계열 전차는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손실했고, T-72B3는 400대 미만으로 감소해 전차 전력 운용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가장 최신형인 T-90 및 T-80 계열 전차들이 압도적인 성능으로 우크라이나군을 괴롭히고 있지만, 숫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큰 약점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미국에서 제공한 M1A2 SEP(v)3 전차가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되면 이러한 우위조차 금세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적으로 주력 전차로 운용되고 있는 T-72B1 및 T-64 계열도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차병들의 기량은 물론 성능에서도 밀리고 있어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3월 대공세’로 불리는 러시아의 마지막 총공격을 격퇴하면 승리의 여신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미소 지을 것이다. 그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세계 각국의 지원, 그중에서도 주력 전차 지원이 계속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차병들의 숙달훈련이 미국, 영국, 폴란드 등에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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