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와 애인이 서로 싫어합니다

입력 2023. 03. 16   17:17
업데이트 2023. 03. 1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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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 내 주변 사람이 잘 지내길 바란다면 천천히 다가갈 것


Q. 선배 소개로 애인을 만났습니다. 처음부터 잘 맞았고 사귀게 됐죠. 저랑 굉장히 잘 맞으니까 저는 당연히 제 절친과도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절친도 비슷한 구석이 많거든요. 그러나 절친에게 소개시켜주던 날부터 지금까지 둘은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초반에는 제 생각해서 표정 관리라도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싫은 티도 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A. 애인이 생겼을 때, 애인이 사회성이 좋아서 내 친구, 내 주변 사람과 잘 지내주고, 내 가족과도 잘 지낸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이와 동시에 내 주변 사람들도 내 애인을 좋아하며 잘 지내면 좋고요. 물론 애인도 똑같은 것을 바랄 겁니다. 이렇게 모두가 같은 것을 바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잘 안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첫째, 친구와 애인의 입장은 나와 다릅니다. 내 입장에서는 친구와 애인을 함께 만나는 것이 피자도 먹고 치킨도 먹는 것처럼 기쁨 두 배일 수 있지요. 그러나 친구 입장에서는 나와 늘 함께 하고 뭐든 나와 이야기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아 섭섭하고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애인 입장에서는 이제 연애를 시작했으니 친구는 그만 부르고 둘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는데 자꾸 친구와 같이 만나자는 것이 싫을 수 있습니다. 친구까지 챙겨야 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고요. 친구 입장에서는 뺏긴 기분이고, 애인 입장에서는 방해받는 기분일 수 있어서 두 사람의 입장은 참 다릅니다.

둘째, 나와 친구가 잘 맞는 부분과 나와 애인이 닮은 부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는 문화생활 코드가 잘 맞지만 사회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코드는 전혀 맞지 않을 수 있고, 애인과는 사회에 대한 관점이 잘 맞지만 문화생활 코드는 안 맞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각 나와 비슷하고 잘 맞는다 해도, 그 두 사람이 잘 맞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그냥 두 사람이 안 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에게도 그럴 수 있는데요. 미국 루이빌대학교의 마이클 커닝햄 교수는 어떤 사람이 이상하게 맞지 않고 힘든 것을 ‘사회적 알레르겐(social allergens)’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그 음식이 맛있고 건강에 좋더라도 몸에 맞지 않아 고생합니다. 알레르기를 고치려고 노력해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고요 대인관계에서 조금만 안 맞아도 ‘저 사람은 내게 사회적 알레르겐같은 존재인가봐’라면서 노력하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잘 지내려고 애를 써 봤지만 안 되면 애써도 안 되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집에 강아지가 있는데 새로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데려올 때는 대뜸 둘이 친하게 지내라며 붙여놓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 둘을 분리해놓고 같은 집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에 익숙해지게 하고, 냄새를 맡으며 경계심을 풀게 한 뒤에 천천히 친해지게 합니다.

친구와 애인이 잘 지내길 바랄 때, 대뜸 둘을 붙여놓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고 내가 좋아하는 애인이니 당신 둘은 잘 지내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니까)”라며 당장 친하길 기대하기보다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그 둘에게도 시간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 그러지 못하셨다면 이제라도 좀 시간을 주세요.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필자 최미정 라라연구소 대표는 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연애심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애심리학자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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