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실에서_김성호 소령]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시스템 자체 개발

입력 2023. 02. 27   15:16
업데이트 2023. 02. 28   16:58
0 댓글

 

김성호 공군사관학교 시스템공학과 교수·소령
김성호 공군사관학교 시스템공학과 교수·소령


비행착각(Spatial Disorientation·SD)은 비행 중 조종사가 지구 중력 방향에 대한 항공기 자세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공군 항공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비행착각으로 인한 항공사고는 20여 건에 달하며 모두 조종사 순직으로 귀결되었다. 비행착각은 인간의 생리적 특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조종사들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비행착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공군의 비행착각 훈련은 항공우주의료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이론 교육 및 시뮬레이터 훈련과 각 비행대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실제 비행 중 훈련으로 구성된다. 특히,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훈련은 조종사들이 다양한 비행착각 유형을 사전에 경험하고 생리학적 변화를 이해함으로써 비행착각 대응능력을 향상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훈련 장비는 국외 도입 장비로 현재 공군에서 총 2대만 운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 가상현실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Virtual Reality Head Mounted Display·VR HMD)와 모션 플랫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를 시뮬레이션 교육 매체로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VR HMD 장치는 지속적인 발전에 따라 해상도, 시야각 등에서 높은 성능을 갖추게 되었고, 모션 플랫폼 장치는 저비용, 소형화, 다축 모션 자유도 등의 방향으로 성능 개선이 이뤄져 왔다. 이를 지켜보며 두 최신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자체적인 훈련 장비를 개발한다면 기존 훈련 장비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발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자체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개발연구는 장치 구성, 훈련 시나리오 설계, 시스템 검증 실험 등의 절차를 거쳤다. 먼저,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작동을 위해 용도별로 적합한 장치를 구성해 조종사 탑승실, 교관 통제실, 서버실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훈련 비행 프로파일을 연구 및 구성하고, 비행착각 현상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훈련 시나리오를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시뮬레이터가 비행착각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성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검증 실험을 수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가 조종사들에게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자체 개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시스템은 이번 공군 VR/AR 통합교육훈련체계 사업에 반영돼 올 하반기에 공군에 2대를 배치해 시범 운용하게 됐다.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시스템 자체 개발연구라는 여정을 통해 나는 공군 핵심가치인 도전, 헌신, 전문성, 팀워크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다른 전문가들은 자체 개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를 실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나는 조종사의 생명을 지키고, 우리 공군만의 자체적인 신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헌신’ 정신으로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연구 성과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용기와 열정을 갖고 ‘도전’에 임했다.

또한 ‘전문성’과 ‘팀워크’도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연구 개발에 필수적인 가치로 작용했다. 개인의 연구역량뿐 아니라, 실험에 참여한 조종사들의 비행 경험과 지식,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이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주었기 때문이다.

자체 개발 비행착각 시뮬레이터 시스템은 발전을 거듭해 나아갈 것이다. 경제성, 접근성, 유연성 등의 장점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이룬다면 향후 조종사 비행착각 훈련에 활용해 대한민국을 지키는 공군 항공우주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