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삶_이동경 중령] 소통하는 지휘자

입력 2023. 02. 21   15:20
업데이트 2023. 02. 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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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 육군수도방위사령부 군종실장 법사·중령
이동경 육군수도방위사령부 군종실장 법사·중령


클래식 음악 좋아하시나요? 배우 김명민(강마에) 씨의 맛깔나는 연기와 “니들도 모두 명품이 될 수 있어!”라는 명대사로 유명했던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전 국민을 클래식 마니아로 만들었습니다.

드라마 속 지휘자 강마에의 롤모델인 서희태 씨는 어느 강연에서 클래식을 묵은지에 비유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요구 속에서 유행가는 빨리 흘러가지만, 클래식은 오랜 시간 대중과 함께 천천히 익어가며 감동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지휘봉만 잘 흔들면 되는 줄 알았는데 사실 엄청난 능력자입니다. 연주되는 악기의 모든 음을 들을 수 있어야 하며, 박자가 맞는지, 원하는 세기로 연주되는지 등을 악기의 향연 속에서 체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휘자가 지닌 수많은 능력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다양한 악기와 함께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소리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이 얼마만큼 앙상블 연주를 하는지에 따라 평가받습니다. 즉, 자신은 소리 하나 낼 수 없지만, 주변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멋진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지도하는 사람이지요.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분야에서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정, 군대, 직장, 동아리 등 자신이 속해 있는 곳에서 오케스트라의 멋진 지휘자처럼 삶을 연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주변 사람들을 잘 살펴야 합니다. 지휘자는 연주자와 오랜 시간 동안 연습을 하며 연주자의 성향과 특징을 파악합니다. 연주자 역시 지휘자의 지시와 느낌, 제스처를 잘 기억해둡니다. 이렇게 합이 잘 맞춰진 지휘자와 연주자는 실제 연주회에서 멋진 감동을 만들어 냅니다. 마치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의 음과 특징을 모두 알아야 음을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듯이 지휘자 역시 함께하는 이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의 음과 특성을 잘 모른다면 불협화음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여러분은 주변 사람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계시나요?

둘째, 전체를 보는 눈으로 대화합니다. 지휘자는 막히는 곳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주되도록 각각의 악기가 시작하고 멈출 때를 체크하며 마치 한 몸이 움직이는 것처럼 이끌어 갑니다. 대화할 때 상담(相談)하듯이 해보십시오. 나무(木) 위에 앉아 오고 가는 사람 전체를 바라보는 눈(目)으로 분노(炎)의 원인을 대화(言)로 하나씩 풀어봅니다. 상대방에 대한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대화합니다.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나요? 혹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자신의 대화법을 관찰해보세요. 대화 중 말꼬리를 자르고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다그치고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 한 방향의 답을 만들어 놓고 통보하듯이 훈시하는 사람은 소통과 점점 멀어집니다. 지휘자 자신이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처럼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방 이야기에 귀 기울이어 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다양하게 답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모든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라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봅시다.

“누구나 인생의 멋진 지휘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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