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처럼… 투혼 타오른다

입력 2023. 02. 21   16:50
업데이트 2023. 02.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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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저녁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일대 육군28보병사단 남방한계선 GOP철책에서 바라 본 전방전초(GP)와 일몰 풍경.
지난 1일 저녁 경기도 연천군 중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일대 육군28보병사단 남방한계선 GOP철책에서 바라 본 전방전초(GP)와 일몰 풍경.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무적태풍부대’ 육군28보병사단이 지키는 중서부전선 경기도 연천군 일대는 임진강의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삼국시대 이래로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구분하는 경계선이었다. 현무암 주상절리가 빚어낸 15~20m 높이의 거대한 수직절벽은 임진강을 천혜의 방어선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수도권 일대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가 임진강이 된 경우도 많았다. 6세기 중엽 이후 7세기 후반까지 약 120여 년 동안 신라와 고구려는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고구려는 임진강을 따라 덕진산성, 호로고루, 당포성 등 10여 개의 성을 배치해 북상하는 신라군을 방어했고 신라 역시 같은 이유로 강 주변에 여러 성을 축조했다.

#연천을 가로질러 동서로 흐르는 임진강은 작은 하천들과 만나 여울목을 만들어냈다. 이곳을 중심으로 나루터가 만들어지고 교통로가 형성됐다. 이런 여울목 중 수직절벽이 없고 수심도 무릎 높이 정도로 얕아 사람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연천의 대표적인 고구려성 유적인 호로고루 일대가 그 대표 장소다. 삼국시대에는 기마부대가 이곳을 통해 적진으로 진격했는데,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이곳만 막으면 적의 침입을 저지할 수 있었다. 병자호란 때도 청나라 군대가 한양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했다. 6·25전쟁 초기 북한군의 주력 전차부대도 개성을 지나 파주 쪽으로 직진하지 않고 20㎞나 우회해 연천의 임진강 여울목을 건너 남침했다. 1968년 1·21 사태 무장공비들의 침투로도 근처였고, 1974년 발견된 제1땅굴도 이곳에서 8㎞ 떨어진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었으니 전략적 요충지 임에 틀림없다. 고구려와 신라가 연천 임진강 일대에 많은 성을 축조한 이유다.

#고대 역사의 유적 같은 성(城)이 현재에도 존재한다. 비무장지대(DMZ) 내 고지 정상의 전방전초(GP·Guard Post)는 마치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성 같다. 적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지어졌음을 생각하면 GP는 현대적 의미의 성임에 틀림없다. 정예 수색중대 장병들은 실탄을 항시 휴대한 채 긴장감 속에서 최전방 중의 최전방인 ‘DMZ의 성’에서 외로운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한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가며 중서부전선의 아름다운 DMZ 풍경이 만들어진다. GP를 지키는 육군28보병사단 수색중대 장병들의 경계작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글=조용학 기자

사진·글=  조용학 기자 < catcho@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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