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문고+_백낙준 병장] 인생의 겨울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

입력 2023. 02. 08   17:02
업데이트 2023. 02. 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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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고


백낙준 병장 해병대 군수단 정보통신중대
백낙준 병장 해병대 군수단 정보통신중대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과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대 정신이 나를 대한민국 해병대로 이끌었다. 입대 후 힘든 훈련을 견뎌 내기만 하면 이후엔 멋진 군 생활이 펼쳐지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매일 똑같은 훈련과 일상을 반복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나름 또래 친구들에게 뒤처진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사회에 있는 친구가 대기업 인턴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알려왔고, 또 다른 친구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화 통화가 끝나면 점점 더 세상과 단절되고 뒤처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 있던 중 기분 전환을 위해 들른 부대 도서관에서 우연히 캐서린 메이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라는 책을 접하게 됐고, 그 책에서 ‘윈터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에 겨울이 찾아온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돼 거부당하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를 의미한다. 이때 우리는 ‘윈터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윈터링’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이다.

저자는 겨울을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못한 흥미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사람의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할 때 긍정적이었던 시기는 봄과 여름, 부정적이었던 시기는 가을과 겨울에 비유한다. 즉 인간의 인생을 순환의 연속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을 맞이하면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 있을까’라고 좌절하기보다는 그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겨울은 봄을 위한 재충전의 기회,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기에 우리는 겨울을 환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러한 ‘윈터링’의 지혜를 배우고 난 후 군 생활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가 바뀌었다.

먼저,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걱정이나 고민이 사라지니 이전보다 더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겨울을 벗어나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했다. 전역 후 대학 동기보다 뒤처질까 봐 프로그래밍과 전공 공부에 매달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좌절감만 커졌고 실패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윈터링’의 지혜를 깨닫고는 겨울은 지나간다는 것을 알기에 봄을 위해 새순을 틔울 힘을 비축하는 나무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윈터링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겨울엔 다양한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이 지혜를 공유해 줘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군 생활 동안 과거 나와 같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전우들에게 이 책을 통해 깨달은 따뜻하게 겨울을 나는 ‘윈터링’ 방법을 공유할 것이다. 병영 생활의 보람과 희망을 찾지 못하는 전우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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