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킨다, 우리 이 길을
유유한 시간의 의지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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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도 걷지 않은 새하얀 눈밭 위에 섰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나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에 70여 년 전 흩어진 이름 모를 선배 전우들의 투혼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와 평화’라는 그들의 염원이 나에게 이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때론 무섭고, 때론 고독한 임무의 연속이지만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스러져 간 선배 전우들의 영혼 때문입니다. 그들이 지켜보는 한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전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2. 이름 모를 고지에 무명(無名)의 용사로 묻힌 지 70여 년. 마지막까지 나의 싸움을 잊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내 간절한 바람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목숨 걸고 지킨 고지는 이제 후배들의 것이 됐습니다. 나의 뒤를 이어 평화를 지키는 후배들을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나의 영혼과 이들의 영혼이 계속 이어진다면, 지금의 평화는 계속될 것을 믿습니다. 긴 시간 유유히 이어져 온 의지를 나는 믿습니다.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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