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다시, DMZ] DMZ에서 만난 육군5보병사단 장병들

입력 2023. 01. 20   17:19
업데이트 2023. 01. 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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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게, 완벽하게 , 그리고 망설임없이

육군5보병사단 표범여단 수색중대 장병들이 눈길을 헤치며 화살머리고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육군5보병사단 표범여단 수색중대 장병들이 눈길을 헤치며 화살머리고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중부전선을 사수하다 스러진 선배들의 넋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양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서 그어진 철책을 지켜내는 것으로 임무가 바뀐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육군5보병사단 장병들은 이곳에서 벌어진 처절했던 전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배 전우들의 정신을 잇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최전방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호국 영령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장병들을 만나봤다.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지키는 자- 표범여단 통일대대 D중대장 김경진 대위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예전보다 확실히 피로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완전작전’을 위한 기본을 놓칠 수는 없죠. 무엇보다 적 도발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이 필요해졌습니다.” 표범여단 통일대대 D중대장 김경진 대위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가 짊어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D중대는 사단 내에서도 가장 높은 고지(약 310m)에 있다. 험준한 순찰 코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김 대위가 중대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체력. 그는 “체력적으로 완성되지 않으면 경계임무를 수행하다 다칠 수 있다”면서 “중대 차원의 체력단련은 물론 스스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일반전초(GOP) 근무에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대신한 다른 고민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도입으로 영상감시 임무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지면 사람의 힘이 필요한 것은 변함없습니다. 최근에는 적 무인기 등 도발 양상이 다양해졌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오던 튼튼한 기본을 유지하는 것이죠.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복합적으로 부여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도록 훈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김 대위는 자신이 지키고 있는 고지가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매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때마다 반드시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했다.

“직접 오기 전에는 다른 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한 개 고지가 넓은 평야를 통제·감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곳에서 왜 많은 전투가 이뤄졌는지, 이곳을 왜 꼭 지켜야 하는지를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지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선배 전우들의 염원을 제가 꼭 이루겠다고 다짐합니다.”


나아가는 자- 수색대대 이두민 상병

 


“비무장지대(DMZ) 안을 걷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또 그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임무가 끝납니다.”

사단 직할 수색대대에서 수색·매복 작전을 수행하는 이두민 상병은 DMZ를 ‘적막이 흐르는 전쟁터’로 인식하고 있었다. 입대 전 이른바 ‘밀리터리 마니아’였던 이 상병은 ‘장비 수준이 다른 부대보다 좋다’는 이유로 수색대대에 지원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생각은 많이 변해 있었다.

“처음 작전에 투입됐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멀리서 적의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평생 다닐 일 없는 숲속을 걷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몇 번의 작전을 거치면서 제 임무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DMZ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최고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순발력 있는 상황 대처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임무를 마친 뒤에 오는 안도감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상병은 “내가 걷고 있는 길이 과거 선배 전우들이 묻힌 곳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언젠가 이곳에 잠든 호국영령 모두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백마고지 유해발굴 현장에 갈 일이 많았는데, 깊게 파인 유해발굴 흔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유해발굴과 전우들의 안전을 위해 경계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호기심 많던 신병에서 어느덧 선임급으로 성장한 그는 ‘초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MZ는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 투입됐을 때 느꼈던 그 긴장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도 많은 투입이 남아있는데, 매 순간 완전작전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신중히 걸어나가겠습니다.”


개척하는 자- 독수리여단 철권대대 C중대 영상감시분대장 소슬비 중사

 


독수리여단 철권대대 C중대 영상감시분대장 소슬비 중사는 지난해 7월 사단 역사상 최초로 GOP에 발을 디딘 여군이다. 원래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사수였던 소 중사는 GOP 근무에 강한 의욕이 있었다고 한다.

“사단에서 여군 GOP 근무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최전방에 대한 호기심이었습니다.”

소 중사는 거의 모든 주변 사람의 만류에도 GOP 근무 의지를 불태웠다. 그럼에도 가장 눈에 밟혔던 것은 어머니. 그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자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GOP 근무가 확정되고 어머니께 전화를 하니 많이 걱정하셨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습니다. 오히려 GOP에 오니 더 많이 연락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GOP의 삶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소 중사는 “무엇보다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퇴근이 없는 3교대 근무였다”면서 “하지만 조금만 견디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GOP에 처음 들어온 여군인지라 불편함이 있었던 것도 사실. 소 중사는 오히려 “여군을 처음 받은 부대원들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제가 온 뒤로 일상에서 제한되는 부분들이 생기지 않습니까? 옷을 갈아입는 것부터 화장실 가는 것까지…. 하지만 그런 것도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부대에서 숙소를 분리해줬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임무 수행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많이 도와주는 동료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 중사는 자신처럼 GOP 근무를 희망하는 여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부심과 책임감”이라고 조언했다.

“대한민국의 최전방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없으면 GOP 근무는 절대 쉽지 않습니다. 또 늘 실제 상황인 이곳에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도 가져야 하죠. 군인은 임무를 완수하는 자라고 합니다. 6·25전쟁 당시 최고 격전지였던 이곳을 지켜낸 선배 전우들처럼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글=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사진=  조용학 기자 < catc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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