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_김진국 소령] 전차의 사례로 보는 기술 혁신

입력 2023. 01. 09   15:38
업데이트 2023. 01. 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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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소령. 육군수도군단 군수처 탄약과 
김진국 소령. 육군수도군단 군수처 탄약과 


전차는 1차 세계대전 때 처음 전장에 등장해 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격전을 가능케 하는 지상 무기체계로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중동전쟁을 거쳐 걸프전, 이라크전 등 현대전에서도 지상군의 핵심 무기체계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차가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차 화기에 파괴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며, 전차 무용론이 언급되기도 했고, 1915년 전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상전에 널리 활용된 전차는 이제 이전 만큼의 명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라는 이론을 설명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된 기술을 비롯한 문화, 조직 등은 반드시 새로운 주체에 의해 파괴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대체된다고 했다.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바라본다면, 전차 무용론이 대두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차는 1차 세계대전 직후 다양한 모습으로 개발됐으나,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형태와 규격은 어느 정도 통일되는 모습을 보였고, 지금은 각국의 전차가 외형과 특징이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전차라는 제품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과 같이, 새롭게 등장한 제품은 초기에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다가 시간이 지나며 일정한 형태로 수렴된다. 이를 기술혁신 이론에서는 지배적 디자인(Dominant Design)이 정립됐다고 표현하는데, 제품의 발생부터 무용론이 대두되는 것까지 전차는 전형적으로 기술혁신 과정을 따라가고 있다.

지배적 디자인은 수요자의 요구와 공급자의 공급 능력(기술 수준 등)이 합치되면서 형성되는데, 전차로 예를 들어 본다면 군이라는 수요자의 요구와 방위산업 주체들의 공급능력이 합치돼 발생 됐다. 전격전(電擊戰)이라는 교리가 소개되고, 전차의 수요가 증가하며 지배적 디자인이 형성돼 기술혁신이 촉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차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처음 등장했으나, 당시에는 제한된 기동력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전차의 경우와 같이 기술혁신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형성되고, 어느 한 방향에서 일방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혁신을 추구하는 조직은 스스로가 혁신을 위한 노력을 쌓아가야 한다. 전차의 경우와 같이, 이전의 실패한 경험이 없었다면 이후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혁신을 위한 노력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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