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턴 ‘M870’ 베트남전서 맹활약
장점 녹여낸 설계·신뢰로 ‘천하통일’
끝없는 파생형·변신으로 여전히 현역
이사카 ‘M37’ 영화·드라마 속 강한 인상
필자가 소장 중인 산탄총 모형 총기들. 위에서부터 레밍턴 M870 , 윈체스터 M1897, 레밍턴 M1100. 필자제공
촬영 소품용으로 작업한 레밍턴 M870 모형 총기. 소품 특성상 총구에 칼라파트가 없다.일반적인 의뢰품이나 수집품과 달리 소품은 더욱 거칠게 표면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 제공
미국은 세계 최대 총기 소비 국가이며, 그중에서도 산탄총은 가정용품으로 인식될 정도이니 ‘산탄총의 나라’라 부를만합니다. 아메리카대륙으로 이주하던 초기 개척민 시절부터 맹수의 공격, 원주민과의 마찰, 그리고 거칠디거친 무법천지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총기는 없으면 안 될 물건이었을 것입니다. 방어나 공격 외에도 수렵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거나 동물 가죽을 얻기 위한 생활수단으로 조준이 쉬운 총기가 필요했고, 이에 대충 쏴도 한두 발은 맞는 산탄총이 제격이었던 것입니다.
명중률이 낮다면, 탄환 여러 개를 한 번에 쏜다
숙련된 사수가 아니면 움직이는 표적을 총으로 쏴서 맞춘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 여성이나 노약자 등도 그리 어렵지 않게 사용 가능한 이 산탄총은 사실 어느 날 나타난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머스킷(Matchlock)이나 프린트락(Flintlock) 같은 강선이 없는 초기 총기의 최대 난제는 형편없는 명중률이었으며, 재장전 시간도 오래 걸려 근거리에서는 활만도 못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늘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해왔고, ‘어차피 명중률이 낮다면 차라리 여러 개의 탄환을 한 번에 쏴버리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타납니다. 이에 따라 장전하기 전에 먼저 작은 구슬을 여러 개 넣은 후 원형탄과 함께 발사하는, 시도를 합니다.
현재는 플라스틱 몸체 안에 여러 개의 구슬을 넣고 봉인해둔 ‘쉘(shell)’로 통칭하는 탄약을 사용합니다. 작은 구슬이 많이 담겨 위력은 약하지만, 수많은 탄환이 퍼지며 비교적 넓은 면적에 작은 대상을 제압하는 버드샷(Birdshot)은 날아가는 새에 주로 사용하는 탄종입니다.
벅샷(Buckshot)은 그보다 좀 더 큰 10㎜ 미만의 구슬 8~9개 정도를 발사하는 탄입니다. 보통 육상 동물 사냥에 쓰고, ‘산탄총’ 하면 이 종류가 많이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슬러그탄(Slug)은 큼직한 한 덩어리로 만들어졌습니다. 운동에너지가 상당해서 대형 동물, 심지어 코끼리도 쓰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탄환입니다. 사람에게 사용하면 처참한 결과를 낳게 됩니다.
조준이 쉽다고 해서 결코 반동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반동에 대한 경험으로 내성이 좀 있어야 비교적 좋은 사격 결과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총, 권총, 기관단총, 소음총, 저격총, 기관총 심지어 대구경 중기관총도 사격해봤지만 유일하게 경험해보지 못한 총이 산탄총입니다. 언젠가는 한번 기회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3대 산탄총 명가 윈체스터, 레밍턴, 이사카
민수용 엽총이나 더블 배럴 샷건까지 다루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군에서 사용한 모델로 한정하겠습니다.
군용 산탄총은 크게 3가지 정도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 하나로 산탄총 명가 ‘윈체스터(Winchester)’가 1897년 선보인 ‘모델1897’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참호전에서 맹활약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이야 레밍턴 M870이 산탄총을 ‘천하통일’ 해버렸지만, 그 이전에는 전장의 산탄총 하면 윈체스터의 M97/M1897 ‘트렌치 건(Trench Gun·참호총)’을 진정한 참호 속의 화신이라고 생각하는 마니아도 많았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에어소프트건으로 나온 것은 없고, 일본 다나카에서 모델 건으로 발매한 것이 현재로는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영화에 미군이 등장하는 곳이면 쉽게 보이는 총으로 1930~1990년대 사이의 수많은 미국 영화·드라마에서 아저씨들의 입에는 욕이, 손에는 M1897이 함께하는 장면으로 익숙합니다. 이제는 명실상부 천하를 정복했으며, 산탄총의 대명사가 된 레밍턴의 M870 모델은 베트남전쟁에서 맹활약했습니다. 산탄총의 모든 장점을 녹여낸 훌륭한 설계와 신뢰성으로 1950년에 등장한 이래 끝없는 파생형과 변신으로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는 진정한 산탄총의 승자입니다.
현재까지 인기있는 이 모델은 많은 제작사에서 모형 총기로 발매돼 다양한 입맛에 맞는 제품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근현대를 다루는 수많은 영화에 등장하며, 악당과 주인공을 가리지 않고 결투의 마지막을 장식해줬습니다. 그중에서도 영화 ‘플래툰’에서 버니(Bunny) 일병이 가지고 있는 장면과 일라이어스(Sergeant Elias) 병장이 마리화나를 불어넣는 장면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PPS의 탄피 배출 모형 총기를 영화 플래툰에 등장하는 M870으로 재현해 소장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사카 M37은 영화·드라마에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터미네이터·에일리언 등 굵직한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총과 윈체스터의 M1897은 모두 미국의 천재 총기 설계자 존 브라우닝(John Moses Browning)이 만들었습니다. 존 브라우닝이 없었더라면 미국 총기 역사와 문화가 어땠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모형으로는 동산모형에서 발매된 제품 외엔 기록을 찾지 못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쉽게도 이사카 M37은 소장하지 못한 모델입니다. 최근 산탄총의 추세는 빠른 장전과 액세서리를 붙이는 레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어떤 변신을 하고 또 영상 속에서 어떠한 모습을 선보일는지, 산탄총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