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훈 종교와 삶] 기도, 어떻게 하십니까?

입력 2022. 09. 20   15:54
업데이트 2022. 09.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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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훈 신부·대위. 육군특수전학교
류창훈 신부·대위. 육군특수전학교

누구든 절박한 순간에 간절히 마음을 모아 기도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종교와 신앙이 있건 없건 말입니다. ‘시험에 붙게 해주세요’ ‘돈을 많이 벌게 해주세요’ 또는 남을 위해서 기도하기도 하지요. ‘가난한 이들을 구제해주세요.’ ‘고독사하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합시다.’ 그런데 누군가는 전지전능한 신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우리가 무엇을 청할지도 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다 아시는데, 입 아프고 팔 아프게 헛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기도의 종류와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청하는 기도’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한가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준비한 다음의 이야기를 한번 곱씹어보고 기도를 하신다면 한결 더 가볍고 확실한 마음으로 기도드릴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첫 번째, 내가 바치는 기도가 합당한 기도인가? 기도는 돈을 넣으면 원하는 상품이 나오는 자판기가 아닙니다. 일정 기간, 일정한 형태의 기도를 하면 짠하고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란 말이죠. 악하거나 누군가를 해친다는 기도라면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 바람은 모든 종교의 가르침에도 맞지 않지요. 그 기도의 끝이 선한 것인지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인지 잘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가 너무 이치에 맞지 않거나 허무맹랑해도 안 됩니다. 특히 시험 때 기도를 많이 하지요. 하지만, 전혀 실력과 상관없이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놀부 심보요, 설사 그것이 억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자신이 받을 몫이 아닌 다른 이의 몫을 뺏는 행위이기에 도둑질과 같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두 번째, 꾸준해야 합니다. 그 기도가 옳고 합당한 기도라면 합당한 때에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종종 우리는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금세 포기하기도 합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꾸준히 도전해야 합니다. 기도도 그렇습니다. 기도의 뜻과 같이 [빌 기(祈)·빌 도(禱)] 빌고 또 빌면서 바라는 것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겠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 것임을 기억하며, 기도하며 성취를 준비합시다.

제가 말한 것이 기도하는 방법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도를 할 때 최소한 위의 두 기준을 두고 기도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올바른 기도는 내가 그 기도가 이루어지기 위해 지금 당장 노력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내가 그것을 행할 지혜와 의지를 갖게 합니다. 더불어 참된 기도는, 기도로 얻고자 하는 것을 인간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인간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을 겸손하게 절대자에게 청하는 것이어야 하겠습니다.

제가 수송부에 안전기도회를 갈 때마다 하는 꼭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 제가 안전기도를 한다고 해서 무적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오늘 안전 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우리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인간의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은 절대자에게 청하는 것입니다. 안전운행은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하며 혹시나 졸지 않도록 카페인이 듬뿍 든 음료수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달콤한 과자를 건넵니다.

우리가 바치는 기도를 한번 돌아봅시다. 합당한 기도입니까? 꾸준합니까? 그리고 그 기도를 이루기 위해 나는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오늘 하루도 맡은 몫을 충실히 또 최선을 다하도록 저는 이 글과 기도로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함께하라 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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