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시론] 병사 봉급 200만 원의 의미

입력 2022. 09. 13   15:45
업데이트 2022. 09. 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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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민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육군중령
김동민 한국국방연구원 현역연구위원 육군중령

정부는 2025년까지 병장 봉급을 205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병사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처우개선’ 차원에서 분명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초급간부와 병 봉급의 역전 현상으로 인한 초급간부 획득의 어려움이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2년 군인 봉급표에 따르면 하사 1호봉 봉급은 월 170만 5400원, 소위 1호봉은 175만 5500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사보다 책임이 크고, 의무복무 기간이 긴 초급간부에 청년들이 명예와 사명감만으로 지원하기 쉽지 않다. 인구감소로 인한 병역자원 부족에 병 봉급 인상으로 인한 초급간부 획득의 어려움마저 예상되니 첩첩산중이다. 과학기술 활용, 여군인력 확대, 민간인력 확대, 병역제도 개편 등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정책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는 미흡하다.

병 봉급 인상을 계기로 현재 군 인력운영의 패러다임을 전면 재설계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병사는 통제와 간섭, 관리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확실한 권한과 책임의 부여로 기존 간부가 해왔던 직무 일부를 병사가 수행하는 인력운영 개념이 필요하다. 병사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해 군의 주체로서 복무하게 해야 한다. 보호의 대상이 아닌 군인이자 전투원으로서 직무를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병 봉급 200만 원 지급을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이라는 인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병 봉급 인상을 지금처럼 단순 예우와 보상 차원으로만 인식해서는 군 인력운영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없다. ‘군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대가’ 차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직업군인은 아니지만,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 차원에 의미를 두고 봉급 규모에 맞는 직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간부와 병이 가진 고유한 직무영역의 경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고, 계층 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이스라엘을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병사가 이스라엘 방위군 최고 정책부서에서 주요 정책을 운용하고 있었다. 우리 군에서는 소령, 중령이 담당하는 업무를 병사 혼자 담당한다니 놀라웠다. 그 병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고, 병사가 아닌 군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유사한 안보환경과 병역제도를 가진 우리 군도 이제는 이런 인력 운영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병 봉급 인상을 계기로 소위 ‘일당백(一當百)’의 ‘질(質)’ 중심 인력운영으로 병역자원 감소와 간부 지원율 저하에 따른 전투력 공백을 상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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