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준 진중문고+] 마음을 보듬는 그림

입력 2022. 09. 07   16:59
업데이트 2022. 09. 0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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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준 일병. 해병대2사단
최동준 일병. 해병대2사단


『그림의 힘』을 읽고
김선현 지음
에이트포인트 펴냄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감상은 즐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진중문고 중 가장 먼저 손이 갔던 책이 『그림의 힘』이다. 종이 한 면에 다양한 색, 점과 선이 어우러져 평소 우리가 눈에 담아 오던 모습을 그려 놓는데 사람마다 담아내는 특징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힘을 주고,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이 책은 예술치료, 즉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내용을 다루며 치료에 쓰이는 그림들을 소개한다.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이다. 아직도 적응하는 과정이지만 처음 입대했을 땐 엄청 혼란스러웠다. ‘잘할 수 있을까’ ‘잘하고 있는가’ 등등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바로잡게 됐고 군 생활에 더 잘 적응하게 됐다.

한 번쯤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이라고 소개된 조르주 로슈그로스의 ‘꽃밭의 기사’는 넓고 아름다운 꽃밭에 갑옷을 입고, 몸은 굳어 있으며, 시선은 어느 곳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한 기사가 그려져 있다. 많은 요정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지만, 그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초점 없는 시선으로 아무것에도 관심 없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나름 사회에서 잘 지내 왔다고 생각한다. 지지해 주시고 믿어 주는 부모님과 친구들, 나를 인정해 주던 직장 동료까지 인간관계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군대에선 달랐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성을 느꼈다. 사회에서의 모습 그대로를 고집하며 군 생활을 이어가는, ‘꽃밭의 기사’처럼 한 곳만 바라보는 모습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사회에서의 나는 잠시 접어 두고 이곳에서 갖춰야 할 모습을 고민한 끝에 군인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혹시 현재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장병이 있다면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라는 그림을 추천하고 싶다. 이 그림은 중학생 때 처음 알게 됐는데 색감이 마음에 들어 지칠 때마다 찾아보곤 했다. 이 그림을 보며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별들이 밤하늘을 과하지 않게 장식하고 어두워진 거리에 환하게 빛을 내며 사람 수도 적당한 카페. 그곳은 그림 속이지만 밤공기 냄새에 더해 커피 향까지 주변에 퍼지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이 그림을 떠올리면 편안하게 쉬고 있는 기분이다. 바쁜 군 생활로 지친 장병 여러분도 힘들었던 하루를 이 그림을 보며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림은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을 나만의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힘든 시기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울 수 있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언젠가 그림을 연습해 나만의 방식으로 내 청춘이 녹아든 군 생활을 표현해 보고 싶다.

훈련병 당시 교관님은 “100명의 사람을 웃기는 일보다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말씀하셨다. 장병 여러분이 그림을 통해 위로받고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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