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동 진중문고+] 군 생활의 의미

입력 2022. 08. 17   17:01
업데이트 2022. 08. 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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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박기동 대위 육군66보병사단 돌풍여단
박기동 대위 육군66보병사단 돌풍여단

결과를 알 수 없을 때 해결하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결론지어 놓고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결과를 정해 놓고 나면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 염출되고 방향이 잡힌다. 마지막을 그려 본 사람이 오늘을 더 보람차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죽어서도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명예’라고 생각한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지금, 나 자신이 더없이 자랑스럽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은 ‘마지막 수업’이다. 마지막이라는 것은 다음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마지막은 스스로 정한 것이다. 의지가 있다면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축구경기에서 공을 뺏긴 상황이다. 프로정신을 가진 사람은 끝까지 따라잡아 공을 다시 뺏어 오려 하지만 아마추어는 이미 저 공은 내 공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포기해 버린다. 마지막 기회가 될지, 한 번 더 기회를 만들어 낼지는 의지가 정하는 것이다.

여러분에게 군 생활은 무엇인가? 군대가 하루빨리 시간이 지나가야 하는 곳인지, 인생의 발판이 되고 소중한 거름이 되는 곳인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 나 또한 처음에는 그저 거쳐 갈 곳이라고 생각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점점 이 직업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명예를 느낄 수 있었으며 얼마나 고귀한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군인은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이라기보단 나라를 지키는 ‘소명의식’으로 임하는 것이다. 임종에 가까워질 때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한다면 나라를 위해 장교로서 복무한 게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내일 이 순간이 다시 올 거라고, 오늘이 아닌 내일이 또 있다고 생각하면 사람은 게을러지기 마련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소중히 여기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진취적으로 변할 것이다. 부(富)·권력·명예,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고른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모두 매력 있는 조건이지만 그중에서 군인은 명예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 군인은 실전적 교육훈련뿐만 아니라 ‘정신전력’이라는 무형 전투력을 통해 강해진다. 국가관 및 안보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대적관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그에 더해 위국헌신(爲國獻身)의 자세를 겸비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게 스스로 명예롭게 느껴진다면 이것만큼 훌륭한 정신무장은 없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실시하지 못했던 동원훈련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동원훈련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걱정하지 않은 이유는 현역 못지않은 예비군들의 정신무장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전역을 연기하고, 예비군들은 전투복과 전투화를 꺼내 들고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여 줬다. 동원사단의 중대장으로서 이번 동원훈련을 통해 조국 수호에 이바지한 예비군들이 다시 한번 전투복을 입던 현역 시절의 영광과 명예를 느끼도록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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