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너에게 전한다 -프리지아-

입력 2022. 07. 28   16:23
업데이트 2022. 07. 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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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시인
김재호 시인


너의 밝은 미소 떠올리며

볕 잘 드는 곳

투명한 유리병에 꽂았어



나비 날갯짓하듯

하늘도 바람도 나도

덩달아 해맑게 웃고 있었지



햇살 좋은 아침

창문 활짝 열어젖히고

하이든의 종달새 들으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려야지



혹여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지라도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이

정령처럼

너의 심장을 따스하게 감싸줄 거야



해맑은 미소 지으며

너의 하루가 노랑노랑 하기를 바래



<시감상>

시는 주제, 이미지, 어조의 결합이다.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주제가 선명하고, 주제와 딱 맞는 이미지와 어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시를 읽는 기분은 산뜻하다. 감성을 깨우는 소리의 울림은 맑고, 전하는 서정은 깊어서 오래가기 때문일 듯하다. 김재호 시인이 ‘프리지아’를 매개로 ‘너’에게 전하는 시향이다.

“나(시적 화자)”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너(시적 대상)”에게 다감한 어조를 말한다. “너의 밝은 미소를 떠올리며” 유리병에 꽃을 꽂고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으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하이든의 종달새 들으며/차 한 잔의 여유를 누려야지” 하면서 넌지시 꽃말의 메시지(“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를 전한다. 그 배경과 언술이 참으로 따사롭다. 새롭게 시작하는 이에게 최고의 용기와 힘이 될 것 같다. 마치 맑은 정화수처럼 정제된 이미지와 어조의 어울림이 아름답게 흐르는 영상 한 편을 보는 듯하다.

-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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