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태준 조명탄] 이면

입력 2022. 07. 27   16:27
업데이트 2022. 07. 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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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준 변호사
배태준 변호사


1)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마하트마 간디로 유명한 이 인물은 인도를 영국으로부터 독립시킨 인도의 국부다. 영국의 철권통치에 비폭력, 불복종 운동으로 맞서 평생 진리, 금욕, 무소유를 외치며 인도의 통합을 외쳤다. 특히 1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 약속을 어기고 긴급 형사 특별법, 소금법을 제정한 영국을 상대로 수십 명의 제자를 데리고 시작한 소금 행진은 수백 킬로미터의 길 끝에 수만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총칼에도 굴하지 않은 그들은 소금법 폐지를 이끌어 냈고, 이차세계 대전 이후 인도의 독립을 쟁취한다. 그의 이름을 대신하는 ‘마하트마’는 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다.

2) 마틴 루터 킹.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로 유명한 이 목사는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항해 흑인들의 인권을 성장시켰다.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꾸는 킹 목사와 25만 명의 추종자들이 워싱턴에서 평화 행진을 하지 않았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출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 데이로 기념한다. 미국을 설립한 조지 워싱턴과 함께 탄생일이 국가 기념일인 ‘유이한’ 인물.

1-1) 마하트마 간디. 2018년 아프리카 서부 가나 대학교에서는 교수와 학생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인 간디의 동상을 철거했다. 간디가 인도인이 흑인보다 우월하다면서 흑인 비하 발언을 했고, 줄루족을 학살하는 보어전쟁 때 영국군에 자원입대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 같은 인도인 독립운동가이자 무장 투쟁가인 바가트 싱이 영국군에 체포되자 총독을 찾아가 처형을 요청했다거나, 금욕 선언을 해놓고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서 어린 여성들에게 나체로 자신과 동침할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2-1) 마틴 루터 킹. 2017년 FBI의 과거 문건이 공개되는 사고가 벌어진다. 이 문서는 킹이 다른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심지어 섹스 파티를 주최하는 등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FBI는 해당 문건을 2027년까지 비공개로 잠가버린다. 킹이 작성한 박사 논문은 표절이라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삶의 이면이라는 부분에 대해 자주 느끼게 된다. 세상의 찬사를 받는 위인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도 꽤 억울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면은 드러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선인은 추앙하고 악인은 비난하는 것이 시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인간사를 복잡하게 설명하면 이해도 어렵고 관심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사람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애당초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가 극적으로 엇갈리기도 한다. 적당히 이타적이고 적절히 이기적인 우리는 대부분 내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택을 한다.

어릴 때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고 결심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남에게 상처라도 주지 않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후회의 순간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사람 결에 스치며 상처를 낸 적 역시 적지 않다는 두려움이 커진다.

피카소의 큐비즘을 떠올린다. 사람을 평면에서, 입체로, 다양한 시선의 결합으로 끌어낸다. 미술을 하나도 모르는 내 제멋대로 감상평을 적어본다면, 피카소의 위대함은 인간의 실존이 하나의 선악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과 관계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려준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연일지 모를.

오늘은 나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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