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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 후보생 시절 훈육관님께 꾸중을 들은 적이 많았다. 매사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의욕을 앞세워 덤벙대며 행동했던 탓이다. 꾸중을 듣고 나면 당장은 속상했지만, 돌이켜보면 훈육관님의 쓴소리 덕분에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더 노력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덕분이다. 녹색 견장을 달고 소대장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금, 그때 훈육관님이 해준 조언은 장교로서 갖춰야 할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했던 말과 행동이었음을 깨닫고 있다.
그렇게 나를 성장시켜준 훈육관과 의욕만 앞섰던 장교 후보생은 3년 후 중대장과 소대장으로 다시 만났다. 스승과 제자 관계에서 같은 부대의 상급자와 하급자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지휘관으로서 올바른 판단과 적시적인 결심을 위해 매사 이성적이며 냉철했고, 그 모습은 오히려 훈육관일 때보다 더 엄격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책임감 있는 장교이자 소대장으로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자세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내가 임무수행하고 있는 곳은 부대 특성상 6명의 소대장이 참모 업무와 병력관리, 교육훈련 등 지휘자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그중 공보정훈 업무를 맡고 있는 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임무인 주간 정신전력교육부터 시작했다. 용사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관을 확립시키기 위해 매주 국방일보와 상급부대에서 하달되는 교육자료를 공부하며 정신전력 교관 임무수행 준비를 했고, 교육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조금씩 변화되는 용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그래서 정신전력 교육에 그치지 않고 부대 소통과 단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내가 찾은 답은 ‘감사나눔운동’ 활성화다.
‘감사나눔운동’은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실천함으로써 행복한 병영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모든 육군부대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나눔운동이 병영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전 구성원의 ‘행동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결코 쉽지만은 않다. 따라서 감사나눔운동 행동화를 위해 우리 부대는 ‘감사마음 표현하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일일 체력단련시간과 저녁점호 시간을 활용해서 전우에게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하고, 칭찬과 감사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촬영해 중대 밴드에 공유하는 감사 릴레이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다. ‘나부터’ 시작하는 칭찬과 감사의 말은 표현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의 긍정적 행동 변화를 일으키고, 그런 작은 변화가 모여 병영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바뀌기 힘들겠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마음으로 변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다면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장병들의 마음도 감사로 가득 차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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