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민의 연구소(연예를 구독하소)] 이상해? 특별해!

입력 2022. 07. 05   17:12
업데이트 2022. 07. 0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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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겉과 속이 투명한
 
자폐스펙트럼 진단받은 변호사
편견 맞서 따뜻하고 유쾌한 도전
기존 스트레오 타입 캐릭터 비틀어
다르지만 틀리지 않은 것에 초점
배우들의 열연·안정적인 제작진
화려한 OST 라인업도 눈길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ENA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사진=ENA

이상한 드라마다. 주인공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고 법정물인데, 여느 작품과 달리 자극적인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ENA 채널 새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이야기다. 혹여 ‘이상하다’는 앞선 표현에 오해가 생기지 않으려면, 이 작품을 집필한 문지원 작가의 이야기가 첨언될 필요가 있다. 문 작가는 “일반적이지 않은, 낯선, 독특한, 비범한, 엉뚱한, 별난, 상식적이지 않은 특별한 사람을 가리켜 흔히 ‘이상하다’고 한다. 이상한 사람들은 타인을 긴장시키기도 하고 때론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풍요롭게 하며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드라마 속 ‘우영우’를 가리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러니깐 다시 말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특별한 드라마다. 여느 드라마와 다르지만 특별한 주인공을 주축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우영우의 자기소개를 들으면 사람들은 우영우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다르다는 게 잘못된 건 아니라는 것을 오랜 시간 반복 학습했음에도, 여전히 익숙지 않은 상황과 마주하면 편견과 선입견이 고질적으로 피어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러한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나가는 우영우의 도전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IQ 164의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우영우 역은 ‘연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스토브리그’ 등 최근 연이은 히트작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은빈이 맡아 차지게 소화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혹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특정 인물을 모방하지 않았다는 그는 “모방보다는 이해를 먼저 했다. 자폐스펙트럼의 4가지 진단 기준을 보며 공부했고, 작가님과 감독님도 오래 준비한 지문들을 표현하고 구체화하려 노력했고,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교수님들의 자문 등을 통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선에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문 작가도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 모두 자료 조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이제 1~2회가 방영됐을 뿐이지만 드라마의 전파력과 흡인력은 기대 이상이다. 단 1회 만에 각종 호평이 입소문을 타고 웹상으로 번지더니 2회 시청률은 1.8%(닐슨코리아, 유료시청률 전국 기준)로 1회에 비해 2배 상승했다. 수치만 보면 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접근성이 낮은 해당 채널 특성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결과다. 실제로 해당 수치는 ENA 채널의 자체 최고 시청률이다. 해당 작품은 본방송 직후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되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에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까지 제치고 1위(7월 5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현재 완성도를 종영까지 무사히 유지한다면 무려 14회 차 분량이 아직 남아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앞으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은 명확하다.

박은빈과 함께 강태오, 강기영, 전배수, 백지원, 진경 등의 배우가 맞추는 연기합 역시 나쁘지 않아 매회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몰입감을 높인다. 요즘 가장 핫한 배우 중 한 명인 구교환의 특별출연 소식도 예고돼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제작진도 안정적이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배가본드’ ‘자이언트’의 유인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백상예술대상과 청룡영화상 등의 시상식에서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영화 ‘증인’ 역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학생 지우(김향기)가 등장했던 터. 해당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앞서 언급된 문 작가의 말들이 더욱 진정성 있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특히 변호사를 꿈꾸던 지우의 대사 중에 “엄마, 나는 자폐가 있어 변호사는 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이 있는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지우가 내뱉은 아픈 말은 4년 만에 그 말을 옭아맨 편견을 깨고 밖으로 나왔다. 두 작품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시청자의 반응이 상당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우영우가 처음 선 법정에서 이처럼 자신을 소개하는 장면은 그렇기에 더 뭉클할 수밖에 없다.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오프닝 화면에는 노란 오리들 속에 홀로 자리한 ‘파란 오리’가 있다. 또한 극 중 우영우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생명체는 ‘고래’다. 우영우는 고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이야기를 쉼 없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선 곳곳을 따라 고래가 공간을 헤엄치기도 한다. 고래는 바닷속 생물들과 외형상 유사하지만, 어류가 아닌 포유류고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 파란 오리처럼 직관적으로 구분되지 않지만, 확연히 다른 존재다. 그래서인지 우영우가 들려주는 고래 이야기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나 선입견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다. 우영우는 파란 오리보다 고래에 더 가깝다. 이 작품은 다르지만 틀리지 않은 것들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한다. 대형 법무법인 대표들이 모두 여성인 점, 주인공의 아버지가 ‘미혼부’라는 사실, 주인공을 보조하는 송무팀 직원이 남성으로 설정된 것 등 드라마 전반을 아우르는 구조가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를 비틀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인 대목이다.

하나 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즐길 수 있는 추가 요소를 꼽자면 OST 라인업이 아닐까. 실력파 밴드 넬의 보컬인 김종완, 독보적 감성과 음색을 지닌 뮤지션 선우정아,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그룹으로 주목받은 MSG워너비 멤버 원슈타인, 최근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의 타이틀롤로 활약하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수지, 몽환적 음색으로 리스너들을 사로잡은 오존(o3ohn), ‘오징어게임’ OST 커버송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룹 메이트리가 가창자로 나선다. 이 같은 탄탄한 라인업은 음악감독 노영심을 통해 성사될 수 있었다는 전언. 독특한 만큼 더 매력적인 주인공, 믿고 보는 배우와 제작진, 게다가 귀까지 즐겁게 해 줄 OST 라인업까지 완비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당장 챙겨 봐야 할 리스트에 추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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