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중 안구 보호부터 전장정보 전달까지… 눈 지켜야 승리 지켜본다

입력 2022. 07. 01   16:32
업데이트 2022. 07. 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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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보병의 필수품, 전투용 보안경

 
미군, 비전투상황에도 착용 의무화
조건 충족 시 우수 사제품도 ‘OK’
근접전 중요성 드러난 우크라 전쟁
나토 서유럽 중심으로 보급 증가세

 

전투용 보안경의 작은 차이가 전투, 크게는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전투용 보안경의 작은 차이가 전투, 크게는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사진=미 국방부 홈페이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투용 보안경(Combat Goggles)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다. 전투용 보안경은 전투 중 실명과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갖춘 데다 가볍고 튼튼하기까지 한 전투용 보안경이 속속 등장하면서 군용품은 무겁고 투박하다는 고정관념까지 깨트리고 있다. 한 발 더 나가 전투용 보안경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다양한 전장 정보를 착용자에게 전달해 전투력을 배가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시각의 중요성과 안구보호

인간의 다섯 개 감각기관 중 시각을 담당하는 눈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외부 정보의 60~85% 이상을 시각정보에 의존하며 시각정보가 갑자기 차단될 경우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찰나의 순간에 생사가 결정되는 전장 한복판에서 시각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 육군 의무사령부(MEDCOM)에서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미군 전체 부상병 중 13% 이상이 눈과 그 주변에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부상자의 대부분은 급조폭발물(IED)에 의한 것이며 모래알 크기의 작은 파편조차도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밀 의료장비의 도움 없이는 부상 정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고, 적절한 치료 여부와 무관하게 영구적 시력 손상으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최첨단 의료장비를 활용해도 직경 1㎜ 미만의 세라믹 조각이나 유리 파편은 X선 검사 혹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전투용 보안경의 재발견

물론 전투용 보안경이 안구 손상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투 중 발생하는 다양한 파편과 먼지로부터 확실하게 눈을 보호할 수 있으며 비전투상황에서도 불필요한 부상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군의 경우 다양한 연구결과와 실전 경험을 통해 비전투상황에서도 전투용 보안경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방탄모, 방탄조끼와 함께 신체를 보호하는 필수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 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광선 장비 혹은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영구적으로 장병들의 시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레이저무기의 경우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으로 사용에 제약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종류의 가시광선 혹은 비가시광선 무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안구 질환의 50% 이상을 유발하는 자외선 역시 야외활동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장병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 분류된다. 장병들의 시력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 즉 전투용 보안경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대테러전쟁을 겪으면서 미군 수뇌부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과 성능이 개선된 새로운 보안경을 지급하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보급되는 전투용 보안경의 경우 투박하고 불편한 기존 보안경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전혀 손색없을 정도로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미군은 군전투용 눈보호장비(MCEP: Military Combat Eye Protection) 프로그램을 통해 전투용 보안경의 기준과 외형을 계속 연구, 발전시키고 있는데 그 기준은 미국 국립표준연구소가 요구하는 산업용 안전기준보다 훨씬 높다.

현재 미 육군은 UV400 자외선 100% 차단 기능을 갖추고 두께 2.8㎜ 내외로 내충격성이 유리의 200배나 되는 고강도 폴리카보네이트제 전투용 보안경을 지급하고 있다. 외형 역시 미군 군사규격 MIL-PRF-31013 또는 MIL-PRF-32432를 충족하면서도 일반 스포츠 고글이나 명품 선글라스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전투용 보안경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참고로 항공기 조종사와 승무원들이 착용하는 조종헬멧의 바이저(visor) 역시 미군 군사규격 MIL- DTL-43511D를 통해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또한 기본적인 자외선 차단 및 방탄능력은 물론 전투용 보안경이 헬멧과의 간섭, 야간투시경이나 조준장비와 같은 각종 광학장비 사용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미 육군은 군의 요구조건과 규격을 충족하고 전투 시 착용이 가능한 다양한 민간 브랜드 제품의 목록을 매년 갱신, 공개하고 있다. APEL(Authorized Protective Eyewear List)로 불리는 이 목록은 다양한 인종과 개인 취향을 인정하고 필요할 경우 군용 보급품보다 우수한 성능의 사제품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전투력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작은 변화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2001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보병전술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저강도 분쟁에서 대규모 전면전 상황까지 근접전투(CQB)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보병의 전투 거리는 더욱 짧아지고 반대로 전투 강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무력 침공이 시작된 이후 양국 군 사이에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전투용 보안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보병에 대한 전투용 보안경 보급은 미군 외에도 나토(NATO)의 서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러시아조차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전투용 보안경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보급품 역시 전투용 보안경이다. 현대화된 전투용 보안경은 착용자에게 △상황에 따른 적절한 보호 △편안하고 안정적인 착용감 △명확한 가시성 같은 장점을 제공한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전투용 보안경을 지급하는 것은 단순히 사기 진작이나 대외 홍보 때문이 아니다. 장병들의 피로를 줄이고 사물의 식별을 도와 다양한 실전에서 효용가치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용 보안경이 현대 보병의 다양한 군장 중 하나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반복 강조하는 것은 작은 차이가 작게는 전투, 크게는 전쟁의 승패를 가름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와 색상의 전투용 보안경이 개발되고 있으며 미 육군의 경우 장병의 선호에 따라 MCEP 및 APEL 기준을 충족하는 일반 보안경을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다. 필자 제공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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