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교수실에서] ‘e-Fuel’과 친환경 과학기술강군으로의 도약

입력 2022. 06. 27   15:32
업데이트 2022. 06. 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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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해군사관학교 함정기관학교수 중령
이형민 해군사관학교 함정기관학교수 중령

18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산업기술혁명 이후 전 세계 대부분 국가는 자국의 산업기술발전과 경제 고도화를 이룩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지속해서 사용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돼 인류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이는 화석연료를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이른바 에너지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향후 연구·개발 비용 투자 및 실증 적용이 반복되면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화석연료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역은 자동차, 항공기, 선박과 군사용 모빌리티를 포함한 수송 분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년 전에 경유에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도록 의무화하고 그 혼합 비율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승용 및 소형 자동차의 동력원을 아예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는 전기·수소로 대체한 것은 친환경 그린모빌리티 기술이 적용, 상용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전동화 동력원 등을 구성하는 원자재 자원은 일부 해외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원자재 공급 및 가격 등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친환경 그린모빌리티 기술이 오히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친환경을 의미하는 ‘gree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 효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자원 안보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 최근 탄소 리사이클을 통해 탄소 중립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e-Fuel(electricity fuel)이 관심을 받고 있다.

e-Fuel은 재생합성연료라고도 불리며, 재생에너지로 생성된 수소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생물로부터 생성되는 이산화탄소 등의 탄소자원으로 제조한 합성 연료다. e-Fuel은 제조 방법과 조건에 따라 기체, 액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가 가능한 수송용 대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친환경 연료다.

e-fuel도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제조 공정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므로, 결국 탄소 재순환(recycling)을 통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개념이다.

e-Fuel은 전동화 동력원 적용이 제한되는 항공기, 선박, 군사용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며, 기존 인프라 시설을 활용해 운송,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군사용 모빌리티에 전력으로만 작동 가능한 전동화된 동력원이 적용된다면, 국가 비상사태 및 우발상황(전쟁, 천재지변, 정전 등)에서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국가적인 에너지안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감안한다면 e-fuel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국가적인 탄소 중립 정책에 참여하면서도 우리 군이 보유한 전략 자산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e-fuel과 같은 에너지원 다변화가 군에도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과학기술강군을 지향하는 우리 군도 이러한 기술의 진보와 에너지 다변화 적용을 통해 전쟁 억제와 전투 승리라는 전통적 안보는 물론,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문제, 재해·재난 등에 대처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광의적인 안보를 달성함으로써, 미래전장을 주도하는 ‘친환경 과학기술강군’으로 한 걸음 더 도약,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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