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견장일기]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입력 2022. 06. 16   16:02
업데이트 2022. 06. 1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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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육군 9사단 황금박쥐부대·대위
김경훈 육군 9사단 황금박쥐부대·대위

얼마 전 보병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임 부중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자대로 올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가 섞인 인사의 연락이었다. 군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 장교이자, 곧 나의 부하가 될 부중대장에게 건강히 잘 지내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오라는 얘기를 해주었지만,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대에 오기 전 초임장교의 기분을 왜인지 알 것 같았다. 스스로 잘할 수 있을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았다.

내가 임관하기 전, 훈육장교님께서는 황상한 저자의 『충성! 라면 잘 끓이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소개해주시면서 “라면만 잘 끓여도 군 생활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며 라면을 끓이는 3가지 유형에 관해 설명해주셨다.

A. 라면을 끓일 줄 모르는 유형

B. 설명서대로 라면을 끓여오는 유형

C. 라면에 계란을 넣고 김치와 곁들여 오는 유형

2회차 인생이 아닌 이상 대부분은 A유형과 같이 군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완성본은 봤지만, 그 과정을 모르는 경우들이다. 나 역시 똑같았다. 2014년 지역방위사단 대대 본부중대장이라는 나름 중책을 맡으며 잘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지만, 야전부대에서의 생활은 교육기관에서 배운 것과 다르게 “뚝심 있게 규정과 방침대로 적용하고 행동하면 된다”는 선배들의 말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던 시절, 선배들의 잘 끓여진 라면 한 상을 어설프게 따라 하려다 실패한 후, 라면을 끓이는 방법부터 익히기 위해 나만의 세 가지 원칙을 만들었다.

첫째, 적을 만들지 말자.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고 항상 나의 표정, 말투에 대해 고민하고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한 대로 나를 따라주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탓하지 않고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다른 방법을 적용해 해결하려 노력했다.

둘째, 두 번의 실수는 없다. 나의 실수와 착오로 생긴 일에는 계급의 고하를 떠나 먼저 사과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잘못한 상황들과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기록하고 고민하여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보다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셋째,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베풀자. 주변 사람들의 부탁은 우스갯소리로 돈이 들어가지 않는 한 무엇이든 들어줬다. 나의 시간, 노력을 들여 최선을 다해 도와줬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러니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기준과 원칙으로 인생의, 군 생활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현재의 설레는 마음 그대로 과정 자체를 즐기며, 뜻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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