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훈 국방광장] 우리 획득체계는 미래 전장환경 변화에 준비돼 있나?

입력 2022. 05. 17   15:35
업데이트 2022. 05. 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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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훈 국방부 국제정책관실·소령
현충훈 국방부 국제정책관실·소령

지난 2일 흑해 스네이크섬 근해에서 작전 중이던 러시아의 Raptor급 초계정 두 척이 우크라이나 드론에 의해 격침됐다. 드론이 전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필요한 무기체계임을 과시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작전에 사용된 드론은 터키 바이락타르사의 TB2로 자율비행 및 지상 운용요원에 의해서 운용되며, GPN/INS 유도폭탄, 레이저 유도 로켓 등이 장착 가능하다. 현재까지 약 300기 이상이 제작돼 터키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카타르 등에서 운용 중이다. TB2는 F-35A의 약 1.3 퍼센트 가격으로 획득 가능한 ‘가성비 좋은’ 무기체계로 앞으로 전장환경에서 드론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추세를 고려할 때 미래 전장환경에서 위협변화는 과거보다 훨씬 빠를 것이다. 우리의 무기체계 획득시스템은 이런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 변화하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작전운용성능의 변경과 추가적인 예산반영이 융통성 있게 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개발과정에서 어려움이 용인될 수 있는 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무기체계 획득은 기획부터 인도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짧게는 2~3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최초 결정된 무기체계의 작전운용성능은 미래 전장환경의 위협변화 대응에 효율적이라도 획득단계에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작전운용성능 변경은 무기체계 획득을 위한 총사업비 및 무기체계 획득 소요기간의 증가와 연관돼 기재부, 소요군 등 관련 기관들과 추가 협의가 필요한 민감한 사항이다.

미 해군의 경우 2013년 탄도미사일과 대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공 및 미사일 방어 레이다(AMDR)’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함에 탑재할 것을 결정했다. AMDR을 함정에 장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 Flight IIA 함형에 새로운 레이다를 장착하는 것은 함정 내부 핵심체계들의 재설계 등 복잡성을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2021년 기준으로 최초 계획 대비 개발비가 21억 2839만 달러에서 22억 5243만 달러로 5.8% 증가했고 획득 기간도 156개월에서 167개월로 7% 증가했다. 미 해군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AMDR을 AN/SPY-6로 명명해 첫 번째 Flight III 함정인 DDG-125에 성공적으로 탑재했다. DDG-125는 기존의 이지스 구축함에 비해 성능이 더 뛰어난 최첨단 레이다로 통합된 대공/탄도미사일 작전(IAMD) 등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의 안보와 미래위협에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기체계의 작전요구조건이 융통성 있게 추가되고 업데이트되도록 인식변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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