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견장일기] 소대장으로서 나의 책무

입력 2022. 05. 12   17:15
업데이트 2022. 05.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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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육군 27사단 용호여단 중위
김소연 육군 27사단 용호여단 중위

‘저의 소대장님이라 감사했습니다.’ 전역하는 용사가 건넨 편지의 제목이다.

작년 여름, 임관 후 소대장이라는 첫 보직을 받았다. 당시 취임사를 낭독하며 나를 바라보는 소대원들이 누구보다 멋지고 당차며, 어떤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함께라면 모두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의욕만 넘쳤던 첫 전술훈련에서 증가초소 투입과 물자운반을 동시에 힘겹게 지휘하며 소대원 찾기에만 급급했고, 급기야 소대원들에게 능력에 대한 의구심 또는 ‘초급 간부’라는 못 미더움의 인식을 받기도 했다. 이후 실패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하나둘씩 해답을 찾게 됐다.

첫째, 소대장은 부대 전투력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대장은 소대를 이끌고 어떠한 임의 지역에서라도 방향을 유지해 기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은 소대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에 정확하게 명령하달을 해서 작전에 혼선이 없도록 해야 한다. 소대는 창끝 전투력이라고 한다. 소대가 제대로 된 전투력을 발휘해야 부대 전체의 전투력이 증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대원들은 교육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소대장은 전문가가 돼야 한다. 둘째, 항상 ‘오늘과 내일,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전은 현행작전(CUOPS)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행작전 이후에는 장차작전(FUOPS), 장차계획(FUPLANS)의 영역이 존재한다. 장차작전은 현행 작전단계의 말까지, 장차계획은 다음단계의 다음단계의 작전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소대장으로서 나는 소대원들 각각의 오늘-내일-모레, 상병-병장-전역 이후 등을 함께 생각하며 그들에게 맞는 노력과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대장은 소대원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임관할 때부터 지금까지 진심은 언젠가 반드시 통한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다. 사소한 것을 기억해 주는 것부터, 건강 상태에 관한 부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물어보며 조치가 잘 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졌다. 함께 뜀걸음 하며 호흡하는 것 모두가 소대원들과 유대를 쌓아가는 단계다. 진심으로 형성된 소대원들과의 관계는 당장 실제 상황에 투입되더라도 소대원들은 나를 믿고 나아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선사했다. 소대원들은 경연대회나 각종 훈련에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발휘해 대대 최우수 소대, 유격 훈련 우수 유공 등을 달성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 1년간 소대원들 덕분에 나 역시 성장했다. ‘저의 소대장님이라 감사했습니다’라는 편지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소대장으로서 힘겨운 일도 많았지만 믿고 따라주는 소대원들이 있어 힘이 됐고 행복했다. 언제나 나의 소대원들이 건강하고 안녕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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