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A논단] 군사안보의 심장, 이차전지

입력 2022. 05. 10   15:05
업데이트 2022. 05. 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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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안보의 심장, 이차전지
『국방논단』 1890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박세현 sehyeonpark@kida.re.kr
양지원 wyang@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기술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이차전지는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여 그 쓰임새와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이차전지 공급망 재편과 중국의 미국 전기차 기업 제재 등을 볼 때 이차전지는 현재 미·중 패권전쟁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되며, 지난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배터리 기업들과의 경쟁 가능성, 일본의 차세대 이차전지 투자 등과 같은 위기도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차전지는 군사분야에서 어뢰, 잠수함, 장갑차 등과 같은 첨단무기뿐만 아니라 드론과 같은 무인 체계들에도 탑재되어 군사적 활용도가 높고, 그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이차전지는 군 무기의 첨단화와 궤를 같이하고 있고, 무기체계의 전력원, 즉 ‘심장’인 셈이다. 이차전지가 탑재된 무기체계 비중이 높아질수록 국방의 핵심소재로서의 중요성 및 해당 분야의 전략적 육성 필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이차전지 주도권 경쟁에 대비하여 정부와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지속해야 하고, 우리 군도 이차전지가 국방의 핵심소재라는 인식과 함께 군용 이차전지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료용품, 희토류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의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 CNBC 영상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료용품, 희토류 등 4대 핵심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100일간의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반도체 칩을 꺼내 보이고 있다. 사진 = CNBC 영상 캡처

작년 초 취임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차전지(배터리)를 포함한 4개 품목의 공급망을 100일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하였다. ‘바이 아메리칸’이라 불리는 행정명령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및 자국 경쟁력을 보호하고자 함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언론사 CNBC는 행정명령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자 주요 품목 수급난 해결을 위한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직접적인 중국 견제를 통한 자국 산업기반 강화라는 초당적 국가전략이 자리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화웨이(Huawei)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해왔다. 


이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가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이차전지까지 공급망 검토를 통해 견제하려는 움직임에서 그 의미는 크다. 바이든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직접 언급한 점에서 이번 행정명령은 자국 이차전지 공급망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의존탈피를 염두에 둔 복안으로 보인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중국이 아니었다. 다만, 중국은 미국의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적절한 수위를 지키는 전략을 선택해왔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국이 선제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동일 수준의 대응에 나섰으며, 결코 그 이상은 고려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중국의 대응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작년 3월 미·중 고위급 회담 직전 발언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인 양제츠는 미국 패권주의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이례적으로 날 선 메시지를 전달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위치정보 및 연락처 유출 등을 이유로 군과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테슬라(Tesla) 전기차 사용금지를 지시했다. 


이는 지난 미국 정권의 화웨이 강력 제재에 대한 맞불작전으로, 테슬라 전기차가 국가 민감 정보를 유출시킬 수 있는 ‘잠재적 스파이’라고 낙인찍은 셈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 기업 점유율 1위(20%)를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는 단순 전기차의 범주를 벗어나 탑승자의 운전 영상자료를 수집 및 분석해 자율주행 고도화를 진행 중이고, 작년 1월까지 테슬라가 수집한 누적 주행데이터가 51억 마일에 달했을 것이라 전망되었다.


또한, 중국은 단일 국가 기준 120만 대로 세계 전기차 국가점유율 1위(41.1%)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테슬라에 입힐 수 있는 잠재적 타격은 가볍게 여길 수 없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국가보안 문제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배터리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다툼이 함의되어 있다.

이차전지의 가치와 국가별 동향

근래 들어 주목받고 있는 이차전지는 대중들이 인지하는 기간보다 역사가 깊다. 19세기 납축전지로 시작된 이차전지는 20세기에 들어 니켈(Nickel)계 전지, 더 나아가 20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리튬(Lithium)계 전지로 그 진화를 거듭해왔다. 

1991년 일본 소니(Sony)에서 리튬이온(Lithiumion) 전지 개발을 기점으로 리튬이온전지는 가벼운 무게와 높은 에너지 밀도의 이점에 힘입어 휴대폰, 노트북과 같은 소형 전자기기 중심으로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나아가, 자동차의 엔진도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여 이차전지로의 전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중이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재가입과 중국의 2060 탄소 중립 목표 발표 등의 정책 행보는 기운영 체제인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체제인 이차전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을 발판으로 급성장 중인 리튬이온전지 세계시장규모는 연평균 27%씩 증대되는 중이고, 중장기적으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점유율은 2040년에 판매되는 자동차의 5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차전지 시장은 정책 및 산업적 지원에 힘입어 2025년 182조 원의 규모로,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시장으로 성장이 점쳐진다.

이차전지는 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작년 5월, 미국에서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이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 우위의 기술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차전지 공급망 재편정책의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한 셈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미국의 리튬 이차전지 수입 규모는 약 47억 달러이며, 이중 절반에 가까운 43.4%가량을 중국에 의존한다. 

이차전지 산업 대중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미국은 한국 이차전지 기업들의 공장을 자국에 증설함으로써 안정적인 이차전지 공급을 꾀하려는 계산이 엿보였다. 우리 기업들의 미국 공장증설로 인한 대미수출 감소 우려의 목소리도 있으나, 한국 이차전지가 미국에서도 인정받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장면임은 분명하다.

미국 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현재로선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에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형국이지만 우리 배터리 산업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장기적으로 미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될 경우, 미국 배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 경쟁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우리 내수시장도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배터리 원조국인 일본은 미국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Toyota), 닛산(Nissan), 혼다(Honda) 등 자동차 회사와 파나소닉(Panasonic) 등 배터리 생산 및 소재 기업 55개 사는 작년 4월 한자리에 모여 배터리 공급망 협의회(Battery Association for Supply Chain, BASC)를 설립했다. 배터리의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자국 내 소재와 배터리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또한, 도요타는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 전지를 탑재한 차량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전기차 개발과 생산에 2030년까지 1조5000억 엔(약 16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전고체 전지와 주행 거리와 성능, 양산 경쟁력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지만, 일본의 전고체 전지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은 중국의 기술성장 견제를 통해 기술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중국 첨단산업 기업들을 제재해오고 있다. 

규제 명단에 오른 중국 기업들의 대외적 제재 이유는 다양하다. 한때 세계 1위 5G 통신장비 기업이었던 화웨이의 경우, 화웨이가 만든 통신장비로 보안을 위협하는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 반도체 칩과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업체인 파이티움(Phytium)은 군사적 활용성을 이유로 미국 제재 명단에 올랐다. 정확히는 반도체칩이 직접 대량살상무기 제작에 관여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슈퍼컴퓨터가 중국군의 현대화를 지원한다는 이유에서다. 

첨단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차전지 기업 역시 미국 제재 명단에 이름 올릴 위험이 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명단에 오른 기업들의 공통적인 제재 이유가 국가안보 위협임을 고려할 때 이차전지 역시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차전지는 반도체나 통신장비와 같은 정보저장 기능은 없으나, 다양한 무기의 전력원으로 그 쓰임새가 커지고 있다. 점차 많은 중국군 무기에 이차전지가 탑재된다면 미국은 다시 군사적 활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국방의 선진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류를 소모해 운행되던 무기들은 배터리 동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무기체계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성능을 요구하지만, 배터리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높은 안정성의 이차전지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다음은 이차전지의 군사적 쓰임새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차전지의 군사적 활용, 무전기

우리 군은 다양한 종류의 전지를 사용하여 군용 전자기기를 운용해오고 있었고, 상용화된 대표적인 기기는 바로 무전기이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봉수제와 파발제가 군사정보 및 경계경보 전달목적으로 주로 쓰였지만, 원거리 시각 신호 특성상 명확하고 세부적인 정보전달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음성 정보전달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무선통신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무선통신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무전기의 핵심 요구성능은 경량, 지속성과 외부환경에 강한 견고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군에서 주로 사용했던 무전기 중 하나인 PRC-999K는 충전식 배터리인 니켈 카드뮴(Nickel-cadmium) 전지를 사용했음에도 그 무게가 15kg 정도로 상당해 전투력에 지장을 준다는 견해가 많았다. 니켈 카드뮴 전지 대신 리튬 일차전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무게가 경량화라는 장점은 있지만, 고온과 같은 외부환경에 취약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육군 종합보급창에 보관되어 있던 군용 리튬 일차전지에 불이 나 피해 규모가 약 250억 원에 이를 정도의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또한, 군용 무전기는 작전 시나 전시 휴대하는 통신장비 목적상 총이나 폭탄 파편에 의한 피해가 적어야 한다. 이와 같은 안전문제 및 느린 데이터 전송속도 등의 개선 소요가 대두되어 연구 개발된 무전기가 바로 차세대 군용 무전기(Tactical Multi-band Multi-role Radio, TMMR)다.

최신형 군용 무전기인 TMMR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고 LIG넥스원에서 협력 개발한 것으로, 폴리머(고분자) 소재의 전해질을 가지는 리튬 폴리머 전지를 사용하여 리튬 일차전지에 비해 안정성이, 니켈 카드뮴 전지에 비해 휴대성이 확보되었다. 또한, 저속 데이터 송수신을 개선한 대용량 데이터통신과 음성전용의 아날로그 방식 탈피로 TMMR은 육군이 추진 중인 아미 타이거 4.0의 핵심인 ‘네트워크화’ 분야의 기반체계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TMMR 사업은 2025년까지 총 1조 2000억 원 규모이며, 작년부터 본격적인 납품이 진행되었다. 한편, 미군에서는 군용 전지로 폭발 위험성이 적다고 알려진 아연 공기(Zinc-air) 전지를 활용하고 있고, 우리 군도 아연 공기 전지도입을 추진 중이다.

무기체계 성능의 핵심 이차전지, 개발은 현재진행형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KSS-Ⅲ) 장병들이 지난해 8월 13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취역식을 마치고 임무 시작에 앞서 도열해 경례하고 있다.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KSS-Ⅲ) 장병들이 지난해 8월 13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취역식을 마치고 임무 시작에 앞서 도열해 경례하고 있다. 국방일보 한재호 기자

이차전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 전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범주가 증가하였다. 특히 군에서는 전지 용량 부족으로 휴대용 무전기 및 보안장비 위주로 사용되었지만, 전지 고밀화가 이뤄짐에 따라 어뢰를 비롯하여 잠수함, 전차 등의 다양한 무기체계 전력원이 이차전지로 대체되기 시작했다(<표 1> 참고). 현재 개발 중이거나 완료된 이차전지 적용 무기체계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전기추진방식 어뢰이다. 전기추진방식은 일차전지 또는 이차전지에서 생성된 전기에너지로 추진전동기를 회전시켜 추진력을 생성한다. 최근 이차전지의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어뢰에 사용되던 일차전지 자리 또한 이차전지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일례로 알루미늄 산화은 일차전지를 사용하던 홍상어는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로 대체되었다. 이는 일회성 사용만 가능했던 일차전지의 단점을 보완하였을 뿐만 아니라, 폭발 및 입수 충격으로부터의 전지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청상어에 적용된 알루미늄 산화은 일차전지를 전부 리튬폴리머 이차전지로 교체하여 운용 중에 있다. 이에 더해 현재 개발 중인 범상어(차기 중어뢰)도 리튬 폴리머 전지를 적용할 예정이다. 

표적함의 운용속도 및 시간, 어뢰탐지능력 등이 향상되는 점과 어뢰 발전기술 트렌드를 볼 때, 어뢰의 이차전지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이다.

두 번째는 잠수함이다. 잠수함용 리튬이온전지를 장착하면 기존 납축전지체계와 비교해 에너지 밀도와 전지 수명, 잠항 및 고속기동 능력, 유지보수 편의성 등이 크게 향상된다. 

리튬이온전지가 최초 적용될 우리나라 잠수함은 현재 ‘장보고-Ⅲ’ 사업 명칭으로 진행 중인 도산안창호급(3000t급) 잠수함의 2차 성능개량(배치-Ⅱ) 버전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건조되는 장보고-Ⅲ ‘배치-Ⅰ’는 납축전지체계가 적용되지만,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건조되는 장보고-Ⅲ ‘배치-Ⅱ’는 리튬이온전지체계가 탑재될 계획이다. 

참고로 ‘배치-Ⅰ’ 건조 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는 리튬이온전지체계가 개발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잠수함용 리튬이온전지 개발은 활발히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일본은 소류급 11번함부터 리튬이온전지체계를 적용하였고, 잠수함 선진국인 독일(216급), 프랑스(Scorpene급) 등 잠수함 운용 선진국에서도 개발을 추진 중인 상황이다. 이탈리아 해군은 2025~2030년경 차기 잠수함에 리튬이온전지 기술을 채택할 예정이라 알려진 바 있다.

세 번째는 장갑차이다. 이스라엘 전차개발 당국은 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전지에 대한 야전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이 배터리는 전통적인 납축전지를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and-play) 방식으로 대체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신형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의 3배에 이르는 에너지 밀도, 비상시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용량, 수명이 10년에 달하는 무정비 배터리로 비용위험도가 높은 재보급 임무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한 번에 12시간 동안 큰 용량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 수 있는 주 엔진의 가동 없이 표적을 정숙 감시하는 등 장시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이 개발한 수륙 양용 무인 장갑차 ‘미션 마스터 XT(Mission Master XT)’도 이차전지가 적용되었다. 미션마스터 XT는 리튬이온전지가 탑재되어 최대 6시간의 무음 감시 작전 수행이 가능하고, 디젤 엔진으로 충전 없이 최대 750km 주행할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무전기부터 어뢰, 잠수함, 장갑차와 같은 기존 무기들뿐만 아니라, 소형정찰로봇,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 드론과 같은 무인 체계들에도 이차전지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차전지는 무기체계의 운용환경과 요구성능에 따라 다른 소재가 쓰이고, 군 무기의 첨단화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차전지는 무기체계의 전력원, 즉 ‘심장’인 셈이다.

맺음말

첨단무기는 고성능 배터리 장착이 필연적이고, 아무리 고도화된 무기라도 전시나 작전 중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폭발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차전지가 탑재된 무기체계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차전지는 점점 더 국방의 핵심소재임과 동시에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 중국의 해외 전기차 기업 견제정책, 일본의 배터리 공급망 협의회 설립 및 적극적인 차세대 이차전지 투자유치 등 각국은 그들만의 배터리 육성대책을 강구 중이다. 우리 기업은 위험부담이 크더라도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 및 초격차 기술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극한온도나 강한 충격에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군용 배터리에 대해 우리 군의 꾸준한 관심 역시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이차전지 강대국이 되어 ‘에너지 안보’를 굳건히 다지길 희망해본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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