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A논단] 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의 평가 및 함의

입력 2022. 02. 04   16:02
업데이트 2022. 03. 2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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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의 평가 및 함의
『동북아 안보정세 분석』(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장혜진

hyejin@kida.re.kr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전문연구원

지난해 8월 미국, 호주, 인도, 일본 4개국이 참여한 연합해군훈련 말라바르 2021이 필리핀해에서 실시되는 모습. 일본 해상자위대, 호주 왕립 해군, 인도 해군이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DDG-52)과 편대를 이루어 항해하고 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지난해 8월 미국, 호주, 인도, 일본 4개국이 참여한 연합해군훈련 말라바르 2021이 필리핀해에서 실시되는 모습. 일본 해상자위대, 호주 왕립 해군, 인도 해군이 미 해군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배리함(DDG-52)과 편대를 이루어 항해하고 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2022년 1월 7일 미국과 일본의 외교·안보 당국자 간에 ‘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이하, 미일 2+2)가 개최되었다. 미일 2+2는 지난해 3월 16일에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 하에서 개최된 이후 2021년 연내에 다시 한 번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일본의 선거 일정을 고려하여 순연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시기적으로 지난 회의 이후 약 10개월, 키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 출범 이후 약 4개월 만에 개최된 것으로, 미일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대내외에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서로의 안보정책의 정책적 우선순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첨단기술 협력 등과 같이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협의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일 양국의 외교·안보 정책은 우리의 관련 정책과도 무관하지 않은바, 이하에서는 미일 2+2의 주요 내용을 분석·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 및 우리의 안보에 대한 함의를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미일 2+2회의의 주요 내용

이번 회의에서는 역내 안정을 위한 미일동맹의 중요성, 동맹 내에서의 일본의 역할 확대(일본의 방위력 강화), 그리고 대만해협 문제를 비롯한 중국에 의해 제기되는 안보 우려 등 기존의 미일 간 회의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내용의 대강이 유지되었다. 

그런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주요 쟁점으로 식별되었다. 1) 미일동맹의 비전과 전략적 우선순위의 ‘완전한 정합성’ 확보, 2)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미·일의 공감대 형성 3) 극초음속미사일 대응 기술 등 첨단기술 관련 협력, 4) 미일동맹을 보완하는 양자·다자 협력 네트워크의 확대가 그것이다. 이하에서는 각 쟁점별로 간략히 정리한다.

(1) 미일동맹의 비전과 전략적 우선순위의 ‘완전한 정합성’ 확보

미·일 양국은 이번 2+2회의 공동성명에서 동맹의 전략이 상호 모순되지 않도록 완전히 일치시키고(정합성 확보), 목표에 있어서도 공동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겠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였다. 이에 더해, 이를 양국의 중요 안보전략 문서에 반영시켜나가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지난해에 개최된 미일 2+2에서도 ‘안보정책이 상호 모순되지 않도록 한다’고 언급되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전략’과 ‘완전히’라는 표현을 넣어 한층 의미가 강화되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의 2+2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목표의 우선순위를 공동으로 설정한다’는 문구를 또한 추가함으로써 동맹의 결속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와 신임 키시다 내각의 외교·안보 정책이 보다 일체화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더해, 이번 미일 2+2회의에서는 지역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의 대처 또한 강조되었다. 미·일 양국은 지역 정세를 평가하는 맥락에서 ‘지역의 안정을 훼손하는 행동을 억지하고, 필요하다면 대처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결의’했는데, 지난 2021년 3월의 미일 2+2 회의와 동년 4월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사용한 표현에 비해 더욱 의지가 강조된 표현으로 보인다. 역내 안보문제에 있어서의 미일동맹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2)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미·일의 공감대 형성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2+2 회의에서 미·일은 향후 작성되는 양국의 안전보장전략 관련 주요 문서에서 동맹으로서의 비전과 우선사항이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일본 측은 이와 관련하여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능력을 포함하여, 국가의 방위에 필요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말하는 ‘국가 방위에 필요한 모든 선택지’가 적기지 공격능력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점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에 대한 미국 측의 의견은 확인되지 않지만, 미·일 양국이 관련 프로세스에서 긴밀히 협력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는 미국의 대외전략은 물론, 미일동맹 내 역할조정 문제와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미국과의 협조는 일본이 동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외부 변수이다. 이번 미일 2+2 회의를 통해서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일본의 의사가 타진된 만큼 향후 미·일 간에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민간 전문가 사이에서는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가 미일동맹의 강화는 물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예를 들어 헤리티지 재단의 동북아시아 전문가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공격능력 보유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일본의 공격능력이 미국의 인·태지역 전략 차원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등의 이점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3) 극초음속 미사일 대응 기술 등 첨단기술 협력

첨단기술과 관련된 미일 간의 협력의 중요성은 지난 2021년 4월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강조된 바 있지만, 이번 미일 2+2에서는 보다 군사적 대비태세 구축에 방점이 놓였다.

그 배경에는 중국의 군사기술 발전과 북한 등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동향 등이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구체적으로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저궤도 위성 콘스텔레이션 관련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동맹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공동의 투자, 극초음속 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첨단기술 관련) 공동연구, 공동개발, 공동생산 등의 협력 강화를 위한 문서도 별도로 체결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대상을 특정하여 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언론에서는 양국의 과학자·기술자 간 교류·협력의 촉진과 극초음속 무기 대처 및 우주능력 향상이 주요 협력의 대상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극초음속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대항’ 능력에 관한 협력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양국의 협력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 기술보다는 이를 요격·방어하는 능력면에서의 협력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래의 협력’을 위한 공동 분석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협력의 범위가 확정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협력의 대상이나 내용과 관련해서는 최근 일본 방위성이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을 위한 ‘레일건’(Rail Gun, 전자포)의 개발을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으며, 미군과의 공동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참고가 된다.

(4) 미일동맹을 보완하는 양자·다자 협력 네트워크의 강화

미·일 양국은 역내의 평화·안정과 번영, 그리고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미일동맹이 불가결하다고 평가하는 한편, 또한 각국의 양자 및 다자협력과의 연계 역시 중시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과 일본이 각각의 양자 및 다자협력 기제를 통해 안보협력을 네트워크화하는 노력이 강조되었다.

이번 미일 2+2 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양국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다자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 더해, 호주와 일본과의 확대되는 방위협력, 그리고 미국과 호주와의 오커스(AUKUS) 파트너십을 언급하며, 미국과 일본이 각각 호주와 맺고 있는 안보·방위 협력에 대한 상호 지지를 표명하였다. 이에 더해 유럽의 파트너와 동맹국들이 인·태 지역에 관여를 확대하고 있는 사실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은 물론, 일본 역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방위협력을 확대해 오고 있으며, 미국·일본이 각각 맺고 있는 양자 및 다자 협력관계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을 공유하며 연계되고 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태평양 도서국과의 안보협력 및 능력구축 지원 강화를 언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태평양 도서국가의 중요성은 중국이 이들 국가에 인프라 구축 지원을 확대함에 따라, 제3열도선(하와이-사모아-뉴질랜드) 방어의 중요성과 함께 지속 제기되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가에 대한 능력구축 지원이 미일 간에 공식적으로 논의·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이는 중국의 군사력 투사능력이 그만큼 증가했으며, 따라서 이 지역이 미국과 일본의 안보 방위태세에 있어서 갖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결론: 정책적 함의

이번 미일 2+2는 향후 키시다 내각의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성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 좋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중정책과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가능성을 가늠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키시다 내각의 대중정책은 유연성이 제약될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2+2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와 키시다 내각의 외교·안보 정책은 일체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신임 키시다 내각이 미국과 차별화된 대중정책을 전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번 2+2에서 태평양 도서국가에 대한 능력구축 지원을 언급한 것은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에 대한 미일 공동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일본의 대중 정책은 군사·안보적 견제 측면이 두드러질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논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해 미일 간에 공식적으로 합의된 사안은 없지만, 일본이 미국에 대해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한 만큼, 향후 미일 간에도 주요 현안으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아베(安倍晉三) 내각 하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방침이 먼저 미일 간에 합의된 이후에 국내에서도 추진력을 얻은 만큼, 미일 간에 관련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일본 국내의 논의도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이미 2020년 12월 각의결정에서 12식 지대함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하기로 결정했으며, 2022년도 방위예산안에 따르면 지상 발사형에 더해 함정 발사형, 항공기 발사형 등의 능력 개발에 관한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0년 당시 일본 정부는 해당 미사일 능력이 적기지 공격능력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박했으나, 적기지 공격능력의 보유 방침이 명확해질 경우 상기의 미사일과 플랫폼이 적기지 공격능력으로서 개발되고 강화가 추진될 것임은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한일관계 및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갖는 함의이다. 이번 미일 2+2에서는 제한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한국과의 양자 및 3국 협력의 심화에 대해 언급했다. 2021년의 미일 2+2 및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협력만이 언급되었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번 2+2에서 양자 간 협력이 병렬적으로 기술된 것은 한국과의 안보 협력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이 일본의 대(對)한국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대일정책을 재검토하고, 바람직한 대응방향을 모색해 둘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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