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그 이상의 의미

입력 2021. 08. 03   15:57
업데이트 2021. 08. 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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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원 중사 
육군1군지사 6군수지원단
김 상 원 중사 육군1군지사 6군수지원단

‘집밥 백선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예전에 즐겨 봤다. 프로그램이 ‘집밥’이란 키워드를 내건 것은 집밥이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집밥은 누구에게나 그립고,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예하 6군수지원단 급양관리관으로서 어떻게 하면 부대원들에게 집밥과 같은 맛있는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오랜 기간 집에서 떨어져 지내는 용사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밥을 제공하는 일이 급양관리관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임무 수행을 할수록 한 가지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바로 부대에서 제공하는 급식은 어쩌면 집밥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부대에서의 한 끼 식사에는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의 정성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 한 끼에는 수많은 사람의 애정과 노력이 버무려진다. 이를테면 우리 부대에서는 매월 여러 부대와 함께 ‘지구급식협의회’를 개최해 양질의 급식을 편성하고자 지휘관을 비롯한 많은 실무자가 머리를 맞대며 고민한다. 이 회의에서는 전월 메뉴에 대한 용사들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이를 피드백 삼아 이번 달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메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샤인머스켓’이나 ‘새우감바스’ 같은 메뉴가 식단에 오르기도 한다.

월 메뉴를 정하고 나면 이번엔 주마다 단장님 주관으로 ‘추가 반찬’을 결정하는 병영식당운영회의를 진행한다. 이 토의에는 영양사, 민간조리원, 조리병, 일반 용사들이 참여한다. 예컨대 분대장들이 사전에 용사들의 의견을 취합해 기본 메뉴인 샐러드에 ‘옥수수콘’과 ‘베이컨’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한다. 조리병과 민간조리원 등은 제한사항 유무를 검토해 추가 반찬을 결정한다.

이렇게 반찬이 결정되면 민간조리원들이 정성껏 조리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민간조리원은 집에서는 저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지만, 부대에서는 용사들의 어머니가 돼 정성스레 음식을 만든다. 이렇게 용사들은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집밥’ 같은 급식을 맛보게 된다.

급식의 질은 지휘관부터 용사까지 수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결정된다. 이렇게 완성된 밥을 먹으면서 용사들이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고, 그들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이는 결국 부대 전체의 전투준비태세로 이어질 것이다.

얼마 전 한 용사가 내게 “부대에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밥이 맛있어졌다”고 말한 적이 있다. 용사들의 이런 반응을 들을 때면 급양관리관으로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동시에 앞으로도 많은 정성을 쏟아 더 맛있는 부대 급식을 만들어야겠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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