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입대 형제, 무공훈장도 한날한시에

입력 2021. 08. 03   16:50
업데이트 2021. 08. 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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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전사 故 안석열·석길 형제
부친 이름·주소 일치해 형제 확인
육군인사사, 조카에게 훈장 전달
육군인사사령부 ‘6·25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은 3일
육군인사사령부 ‘6·25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은 3일 "자체 현장 탐문 등 조사단의 끈질긴 노력 끝에 6·25전쟁 중 전사한 고(故) 안석열·석길 형제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들의 무공훈장을 조카인 안봉순 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을지무공훈장의 모습. 조종원 기자


우애가 좋아 결혼마저 같은 날 했던 형제는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날한시에 전장으로 떠났다. 합동 결혼식을 올린 지 사흘 만이었다. 그리고 용맹하게 전장을 누비다 안타깝게도 같은 지역에서 1년의 차이를 두고 잇따라 전사했다. 6·25전쟁 당시 강원도 김화군 원덕면에서 전사한 고(故) 안석열·석길 형제 얘기다. 이들의 사연이 더욱 극적인 건 6·25전쟁에서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웠던 형제의 무공훈장이 우여곡절 끝에 전장을 떠났을 때처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찾아졌기 때문이다.


육군인사사령부 ‘6·25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은 3일 “자체 현장 탐문 등 조사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들 형제의 신원을 확인하고, 무공훈장을 조카인 안봉순 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이 처음부터 이들이 형제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은 아니었다. 조사단은 무공훈장 미수훈자 명단을 확인하던 중 두 사람의 성명에서 앞 두 글자가 일치하는 데다 소속 부대가 같고, 군번도 끝자리 숫자 하나만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통상 이런 경우 혈연관계일 때가 많기에 조사단은 이들의 거주표(지금의 병적기록표)와 매화장 보고서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아버지 이름과 주소가 일치해 형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1952년 3월 13일 입대했다. 형은 입대 6개월 후 독수리고지전투·피의고지전투에서 전사했고, 동생은 정전협정 체결 20일 전인 1953년 7월 7일 적과 교전 중 산화했다. 공교롭게도 두 형제 모두 강원도 김화군 원덕면에서 전사했다. 그나마 동생은 유해를 전달받아 장례를 치를 수 있었지만, 형은 아직도 북한 땅이 된 원덕면에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형제의 무공훈장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과정 또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유재영 조사관은 형 석열 씨의 거주표 상 주소인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 면사무소를 방문해 두 형제의 공통분모인 아버지를 찾았으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면사무소 직원은 “전쟁 중 면사무소가 소실되면서 많은 자료가 함께 불타 없어져 신원 확인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 조사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법을 바꿔 주소 내에 거주하는 안씨 성을 가진 사람 중 이름 앞 글자가 ‘석’인 사람을 일일이 검색한 것이다. 그 결과 ‘안석용’이라는 사람을 찾았고, 아버지의 이름을 확인했다. 형제의 또 다른 혈육을 찾게 된 것이다.

문제는 안석용 씨가 이미 1961년 사망한 상황이었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의 아들인 안봉순 씨와 연락이 닿았고, 안씨로부터 “작은아버지 두 분이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가셨다고 할머니한테 들었다”는 증언을 듣게 됐다. 이후 무공훈장 수여 절차에 필요한 관련 서류까지 확인되면서 형제의 무공훈장은 60여 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조사단의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탐문과 관계기관 및 유족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낸 성과다.

안봉순 씨는 “돌아가신 날짜를 몰라 그동안 제사도 못 지냈는데 늦게나마 조카의 도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70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국가가 참전용사들을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태남(소장) 육군인사사령관은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있지만, 마지막 한 분의 무공훈장까지 반드시 찾아드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채무 기자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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