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설레는 남자의 권총 ‘콜트’

입력 2021. 08. 03   16:15
업데이트 2021. 08. 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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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콜트 M1911 자동권총-1부

110년간 영화·드라마 꾸준히 등장
희귀 제조사 생산품 수집가에 인기
자체 미적 디자인 호불호 없이 사랑

 
대한민국서 제작된 최초 권총
부산 부진제철소 강철로 제작
전쟁기념관 ‘광복식’ 3정 소장


노르웨이군의 제식 권총으로 사용됐던  M1914. 일명 콩스베르그 콜트를 재현한 모형총.
노르웨이군의 제식 권총으로 사용됐던 M1914. 일명 콩스베르그 콜트를 재현한 모형총.
필자가 재현한 싱어(singer) 콜트 권총의 간결한 각인. 무수한 각인이 새겨진 콩스베르그 모델과 비교된다.
필자가 재현한 싱어(singer) 콜트 권총의 간결한 각인. 무수한 각인이 새겨진 콩스베르그 모델과 비교된다.
콩스베르그 콜트는 인접한 독일 총기 제작방식의 영향을 받아 부품별로 제작 연도와 제조사 정보 등을 각인한 것이 특징이다. 장갑을 낀 채로도 조작하기 쉽도록 형상이 개량된 노리쇠 멈치도 콩스베르그 콜트의 식별 포인트.
콩스베르그 콜트는 인접한 독일 총기 제작방식의 영향을 받아 부품별로 제작 연도와 제조사 정보 등을 각인한 것이 특징이다. 장갑을 낀 채로도 조작하기 쉽도록 형상이 개량된 노리쇠 멈치도 콩스베르그 콜트의 식별 포인트.

‘권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콜트’의 제식명은 ‘M1911A1’이며, 자동권총의 대명사입니다. 이름만으로도 총기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오늘의 주인공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허리와 가슴에서, 6·25전쟁의 연합군 손에서, 그리고 베트남전쟁의 부무장으로 활약한 콜트 45구경 자동권총입니다(COLT M1911).


115년 전 첫 등장…‘존 브라우닝’ 개발

콜트는 1906년 존 브라우닝(John Moses Browning)이라는 천재 총기 설계자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탄약은 .45구경(지름 11.43㎜)입니다. 총기 제원은 길이 21.9㎝, 무게 1134g, 유효사거리 100m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5년 전에 만들어진,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는 모델이죠.

우선 탄환을 설명하자면, 권총은 보통 2종의 기준 모델을 사용합니다. 구경 .45와 9㎜죠. 9㎜는 알겠는데, .45는 무엇일까? 총 외에도 설계 단위는 영국식과 독일식으로 양분되는데, 사용하는 도량형이 다릅니다. 독일식 10진법과 영국식 12진법의 차이인 것이죠. 영국과 같은 도량형을 사용하는 유럽과 미국은 아직도 12진법의 인치(inch)를 사용하고, 독일과 아시아권은 10진법인 미터(m) 단위로 사용하기 때문에 호칭과 표기에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콜트의 .45구경은 11.43㎜로, 인치로 환산하면 0.45가 되기에 .45로 표기합니다. 우리 군은 5.56㎜, 7.62㎜, 9㎜, 12.7㎜ 등의 다양한 구경을 사용하지요. 하지만 리볼버의 경우엔 38구경 또는 357구경 같은 인치로 표기를 합니다.


미군 권총의 상징…민수업체도 제작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콜트는 미군 권총의 상징이었습니다.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며 무기 제조에 온 힘을 쏟은 시기인지라, 총기를 생산하지 않던 공장에서까지 무기를 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여러 민수업체도 콜트를 만들었습니다. 한 예로, 싱어(singer)라는 재봉틀 제조업체에서도 재봉틀을 만들던 정밀가공 기술로 총까지 만들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생산된 500정 정도의 콜트가 지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거래되는 귀한 몸이 되었지요.

제2차 대전 당시에도 개발된 지 30년 가까이 된 콜트 권총은 오래된 역사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1914년에는 노르웨이군이 제식으로 사용했는데, 콩스베르그(kongsberg) 지역에서 제작돼 ‘콩스베르그 콜트’로 알려진 모델입니다. 독일과 인접해 있다는 지역적 특성상 총의 제조방식도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각 부품별로 개별표시를 하는 것으로, 이는 제품의 품질관리와 사후처리에 큰 이점이 있습니다. 부품에 연도·제조사·관리 등을 음각으로 표시하면 차후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일종의 생산지 관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노르웨이는 추운 지역이므로 장갑을 낀 채로 노리쇠 멈치를 조작하기 쉽도록 형상이 개량돼 외관상 미군의 기본형과는 구별이 되는 독특한 형태가 특징입니다. 그런가 하면 독일이 이곳을 점령 중일 때 생산된 모델에는 독일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을 찍어 8000정 정도 생산됐는데, 그 독특한 이력 덕분에 지금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베트남전쟁 이후 ‘콜트’ 단점 지적 본격화

콜트 권총은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는 모델입니다. 110년이 넘도록 각종 영화·드라마 등에 꾸준히 등장해 친숙한 것도 있지만, 총 자체의 미적 디자인 또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베레타나 글록 같은 총을 보며 디자인에 호불호가 나뉘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콜트만큼은 낮게 평가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베트남전쟁 이후에는 콜트의 단점이 지적되기 시작합니다. 야전에서의 전투보다 실내 진압이나 건물 내부 교전이 빈번해진 오늘날에는 권총의 사용 빈도도 과거보다 높아졌습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크기도 크고, 위력이 과도한 소총보다 권총이 더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45구경 콜트의 장탄수는 겨우 7+1로 당시 신형 권총인 글록이나 베레타의 15발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대구경 권총이기에 화력은 높지만 그만큼 심한 반동으로 속사 때 집탄이 나빠지는 단점이 있고, 특히 좁은 실내에서 강한 화력은 오히려 높은 관통력으로 불필요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 구경이 큰 만큼 소음도 커 실내 사격 때 사수의 청력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등 여러 이유로 미국에서도 80년대부터는 9㎜탄을 사용하는 권총에 자리를 양보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콜트의 인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남자의 권총’의 대명사이고, 여러 커스텀 모델이 나오며, 9㎜ 탄을 사용해 장탄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나름 진화한 모델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콜트와 인연이 깊습니다. 오랜 기간 군에서 사용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작된 최초의 권총도 콜트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부산의 부진제철소에서 생산된 강철로 제작된 콜트가 그것인데, 이름하여 ‘광복식’ 권총이라고 합니다. 현재 전쟁기념관에 3정이 소장돼 있으며, 그중 좋은 상태로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한 정은 정말 귀한 물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자가 직접 보고 싶은 권총이기도 하고, 한 번은 꼭 복원해보고 싶은 모델입니다.

이후 베트남전쟁부터 1990년대에 K5가 지급되기 전까지 우리 군과 함께했던 콜트. 지금까지도 콜트의 일부 부품을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완성모델까지 국내 총기 제조사에서 생산 중이며, 그 품질도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콜트의 긴 생명력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필자가 기억하는 실총 콜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모형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 가겠습니다. 사진=필자 제공


필자 최민성은 경력 25년의 모형제작 전문가이자 전시모형 전문 업체 모델링맥스 대표로 모형총기 커스텀 작품 활동과 에어소프트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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