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식 종교와 삶] 올림픽과 종교…‘연대’의 힘

입력 2021. 08. 03   15:08
업데이트 2021. 08. 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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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안 식 대위 
해군작전사령부·신부
김 안 식 대위 해군작전사령부·신부


르네상스 시대, 대항해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

인류의 역사에는 정치·경제·문화 등 세상을 뒤바꾼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후대는 2020년부터 시작된 작금의 시기를 ‘코로나 시대’라고 분류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은 똑같이 흘러갔고, 위기와 우려 속에서 일 년을 더 준비했던 올림픽이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개최됐다.

2021년에 2020년의 이름을 걸고 개최한 ‘2020 도쿄올림픽’. 올림픽 위원회는 127년 만에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올림픽 신조에 ‘그리고 다 함께’를 추가,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신조를 내놓았다.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우리 시대의 중대한 과제를 우리는 힘을 모아 맞섬으로써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얻은 교훈은 바로 우리 사회 내에서 더 많이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죠”라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연대’, 곧 ‘함께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피력했다.

이제 우리 각자의 주변을 둘러보자. 우리는 모든 게 다르다. 성격·생각·가치관뿐만 아니라, 가정환경·성장배경·인간관계 등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그 때문에 한 공동체가 온전히 함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런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힘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른다. 여기서 연대란 단순한 존중과 배려 그 이상의 것이다. 서로 돕고 나누며 보살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연대는 마음만으로 부족하다.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연대라 할 수 있다.

물론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끄러워서’, ‘힘들어서’, ‘여유가 없어서’ 등등 각자의 사연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연대는 가진 것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그저 나누겠다는 마음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결국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은 자꾸 무언가를 하라, 하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무엇이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다양성을 가진 우리가 연대하면 분열돼 있을 때보다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함께할 때 항상 더 강해진다. 그렇게 우리 삶 안에서 ‘슬기로운 종교생활’을 하기 위한 출발점은 우리 마음속에 ‘연대’, 곧 ‘함께함’을 품어보는 것이다.

분명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떨어져 있다. 그 떨어짐이 이 시대를 더 어둡게 만들었다.

이 어두운 터널 속에서 ‘연대’는 한 줄기 빛이 돼 줄 수 있다. ‘함께’ 하기에 하나 될 수 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피어오른 성화처럼, 이 어려운 시기에 세상의 종교인들이 먼저 내딛는 ‘연대’라는 한 걸음이 우리 사회를 다시 빛나게 만들 것이다. 그렇게 종교를 가진 모든 사람의 삶이 햇살처럼 눈 부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거기서부터 흘러나온 연대라는 빛이 내가 만나는 너와 이 사회, 그리고 온 세상을 더 환히 비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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