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유독 덥습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요즘 들어 이메일 끝에 꼭 붙이는 문구다. 납품 수량이 맞지 않아 거래처에 확인을 요구할 때도, 클라이언트에게 작업물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할 때도 메일 본문은 딱딱할지언정, 마지막에는 꼭 이런 인사를 덧붙이는 것이다.
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면서 작은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여 하루에도 여러 명의 클라이언트와 작업에 대해 논하고, 또 여러 거래처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작은 말에도 오해가 생길 수 있고 힘이 빠지기도 한다. 가끔 날이 선 메일을 받을 때면 문자로 쓰인 말에도 온몸이 쿡쿡 쑤시는 듯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의 메일도 그러할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쓰인 메시지에 누군가는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작은 말에도 용기를 얻고 감동 받을 수 있다. 하루는 한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나로 하여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접한 것 같다고 감사하다고 연락이 왔다. 나를 통해서 그 사장님이 큰 이득을 본 적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저 작은 이득과 작은 기회에 감사하며 나에게 그 마음을 표한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나를 믿고 계속 거래해주는 것이 감사하다고 인사를 표했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종종 감사와 안부 인사를 전했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그렇게 나와 그 거래처 사장님과는 약간의 우정이 싹튼 것이다.
또 하루는 이전에 디자인 작업을 해준 업체가 이렇게 많이 성장했다고 연락이 왔다.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는, 분명 시작 단계의 작은 회사였는데 어느덧 눈에 띄게 규모가 커진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그간 얼마나 노력했을지 알 것 같다고 대단하다고 이야기해주었고, 그들은 나의 앞날도 항상 응원한다며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또 그렇게 조금씩 우정을 꽃피운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하루는 내가 SNS에서 힘들다고 투덜대는 이야기에 거래처 사장님이 미팅 중에 자연스레 위로의 말을 전했다. 나도 그런 기분 알고 있다고, 항상 응원한다고.
일을 하다 보면, 나의 노력·의지와는 무관하게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하물며 일이 그러한데, 돈은 어떨까? 재정적인 상황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무엇이든 언제나 플러스를 향해 일이 흘러가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의 성과로 보람을 찾는 것은 조금 위험한 당근일지도 모르겠다. 일은 내 뜻대로 무조건 잘되는 것은 아닌데, 그때마다 보람 없이 꾸역꾸역 일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내 일의 최고의 보람은 성과도 돈도 아니고, 일에서 우정을 찾는 것이 됐다. 얼굴을 보는 순간은 고작 미팅 때뿐이더라도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 서로의 좋은 소식에 같이 기뻐하고, 서로 힘든 순간 멀리서 누군가는 응원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 일이 잘 풀리건 안 풀리건, 잘 쌓아 놓은 우정은 그렇게 지속된다. 그렇게 일의 보람을 생판 모르던 타인과의 우정에서 찾을 때,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매 순간 보람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메일 마지막에 인사를 덧붙인다. 상대가 혹여 부담스럽게 느낄까 몇 자로 줄이지만, 그 몇 자에 나의 마음을 담는다. “함께 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당신을 응원하고 있고, 당신도 나를 응원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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