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 조명탄] 마음의 힘

입력 2021. 07. 30   15:49
업데이트 2021. 07. 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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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 가진 사람은
누군가의 허물 함부로 비난 안 해
자신의 허물에도 절망 않고 성찰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마음 얻어

 

이철환 소설가
이철환 소설가

 
나의 유난스러운 행동은 대부분 나의 지난날의 상처로부터 비롯됩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유난스러운 행동 또한 대부분 그의 지난날 상처로부터 비롯됩니다. 인간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지난날의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상처’는 단지 ‘과거의 상처’가 아니라 ‘현재의 상처’이면서 ‘미래의 상처’입니다.

‘과거의 상처’는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미래에도 영향을 준다고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말했습니다. 우리의 정신은 우리가 과거에 겪은 것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우리가 겪은 폭력과 억압과 공포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도 강력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전쟁에 참여해 죽을 고비를 넘겼던 군인들은 도시의 불꽃놀이를 즐길 수 없습니다. 삶과 죽음의 전쟁터에서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쏘아 올린 조명탄의 살기(殺氣)가 도시의 불꽃놀이에도 가득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겪은 폭력이나 억압, 공포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각인돼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합니다. 우리가 겪은 폭력이나 억압이나 공포는 여러 가지 형태의 정신장애나 정서장애가 돼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나에게 혹은 타인에게 유난스러운 모습이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지난날의 상처와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날의 상처가 괴물이 되어 우리의 유난스러움을 만든 것입니다. 지나친 결벽증이 있거나, 지나치게 자신을 내세우거나,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지나치게 소심한 것도 지난날의 상처와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냉소적이거나, 지나치게 불평을 늘어놓거나, 지나치게 열등감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부정적이거나, 지나치게 타인을 배려하는 것도 지난날의 상처와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지난날의 상처가 나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성격이나 행동이 있나요? 그들은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가졌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까요?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지난날의 상처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성격이나 행동이 있나요? 나는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을 가졌으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까요?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지난날의 상처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의 성격을 비난할 수도 있고, 상대방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상처가 있을 거라 여기며 상대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의 성격을 자책할 수도 있고, 나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상처가 있을 거라 여기며 나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에겐 그럴 수밖에 없는 지난날의 상처가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차라리 침묵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의 내면’과 ‘종교’와 ‘윤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말한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에게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보라고 주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은 누군가의 허물을 보았다 해도 함부로 그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의 지난날의 상처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고 여기며 한 번 더 그를 이해하려고 애씁니다.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허물을 보았을 때도 쉽게 절망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합니다. ‘마음의 힘’을 길러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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