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루 종교와 삶] 단순한 삶으로의 초대

입력 2021. 07. 27   16:03
업데이트 2021. 07. 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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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루 대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목사
전이루 대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목사

백신 보급으로 좀 풀리려나 했던 일상이 다시 코로나 19로 위협 받고 있습니다. 마치 지뢰밭 위를 걷는 것처럼 일상이 위태롭습니다. 종교활동도 다시 비대면으로 돌아갔습니다. 겨우 몇 주 대면 예배를 드리고 다시 비대면으로 돌아가자니 적잖이 씁쓸했습니다. 허탈한 느낌도 들고요. 코로나19 상황 속 부대 안팎의 삶은 더 답답합니다. 부대 안팎으로 일상이 모두 통제됨은 물론 누구를 만나 밥 한 끼 편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으니 말입니다. 예사로 만나던 만남이 모두 예사롭지 않은 무엇이 돼버렸습니다. 가수 김광석 노래 중에 ‘불행아’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나왔던 노래인데,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그리운 부모형제 다정한 옛 친구

그러나 갈 수 없는 신세

친구 하나 찾아와 주지 않는 이곳에

별을 보며 울먹이네

홀로 가슴 태우다 흙 속으로

묻혀 갈 나의 인생아.’

순탄치 않은 삶을 산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일 텐데, 문득 이 대목이 현 상황과 공명하며 이렇게 마음에 와 닿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상한 시국에 비상 대책을 취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 된다면 우리는 또 언제까지 이렇게 요상한 꼴로 버틸 수 있을지요.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뭐하나 쉽지 않은 요즘, 번민에 사로잡히기 쉬운 시절입니다. 사람이 곧잘 삶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것은 고통을 피하려 하기 때문이겠지요. 고통을 피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겠지만, 고통을 피하려 할수록 그 장악력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인생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인과관계로 전개되지도 않지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우리 앞길 앞에 불현듯 나타나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인생을 풀어야 할 과제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살아내야 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삶은 단순해야 합니다. 내가 단순하면 세상 풍파에 표류하더라도 특별히 잃은 것이 없지요. 가난하게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분명한 삶의 방향과 그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약간의 연료, 취미 같은 것. 본인의 방향이 분명하다면 명백한 답이 당장 내게 없더라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눈 떠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면 그만입니다. 한 걸음만 나아가도 주변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그 걸음들이 나도 모르는 새에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을 겁니다.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침묵’입니다. 우리가 침묵을 배우는 까닭은 이런저런 언어를 다 내려놓고 심플하게 절대적 현존 안에 오롯이 머무는 것을 배우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훈련되지 않은 이들은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금방 다른 생각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지요. 마음이 그렇게 떠돌고 있음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중심으로 마음을 다시 가져다 놓을 수 있어야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삶은 복잡하고 모호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욕망의 바람이 부는 대로 나부끼며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런 삶은 뿌리가 없기에 늘 흔들리고, 중심이 없기에 늘 고단합니다. 세상에서 좋은 일을 하려는 욕구야말로 단순한 삶의 핵심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코로나19 상황은 부산하기만 한 우리 삶을 단순하게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삶에 힘이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시절, 가볍게, 단순하게 풍파를 견디다 보면 어느새 환하게 날이 개고 좋은 날을 만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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