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천 종교와 삶] 마음 정리

입력 2021. 07. 20   16:50
업데이트 2021. 07. 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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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천 대위 육군52사단 군종부·교무
정효천 대위 육군52사단 군종부·교무

지금 여러분이 계신 곳의 정리 상태는 어떤가요?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저의 책상은 원고를 쓰고 지운 이면지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며 머릿속 정리를 해보았지만 겹치는 일정 가운데 진도는 생각처럼 나아가지 않고 마음 난리를 경험합니다. 잠시 마음을 멈추고 호흡을 하니 산만한 책상과 주변을 보게 됐고 정리가 필요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최근 휴일을 맞이해 미뤄 뒀던 정리를 대대적으로 했습니다. 정리하다 보면 평소에 잘 챙기지 않았던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보게 되며, 그 과정을 통해 각각의 의미가 나에게 다가옵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버리게 되는 물건. 한 번 생각하고 버리게 되는 물건. 몇 번 생각하고 다시 보관하게 되는 물건. 쓸 것으로 생각하고 보관했다가 여전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물건. 그 먼지를 보고 다시 생각하여 버리는 물건, 먼지를 닦아 다시 보관하게 되는 물건 등 너무나 다양합니다.

결국, 정리는 내려놓고 비우는 작업입니다. 모든 짐을 정리하고 수용품을 간소히 하며 방을 비워보니 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생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평소에 많은 생각과 감정을 쓰고 살면서 그냥 떠올리고 버리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한번 생각하고 잊게 되는 생각도 있으며, 한번 떠올리고 다음의 연마를 위해 놓아두는 생각도 있습니다. 계속 놓지 못하고 붙잡아 두어 먼지가 쌓여 있는 생각들. 그렇게 일은 해결되지 않고 외면하게 되는 생각과 감정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수많은 내 안의 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돼 있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불편과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원불교 교무로서 정리에 대해 수시로 대조하는 내용이 있어 공유해 봅니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언제나 수용하는 도구를 스스로 정돈해 비록 어두운 밤이라도 놓아둔 물건을 더듬어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생활하는 곳을 반드시 정결하게 하도록 하며 다음과 같이 지도하셨습니다. ‘수용하는 도구가 산란한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산란한 것을 나타냄이요, 도량이 깨끗하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마음밭이 거친 것을 나타냄이라. 그러므로 마음이 게으르고 거칠면 모든 일이 다 다스려지지 못하나니 그 어찌 작은 일이라 하여 소홀히 하리오.’ 주변과 마음의 정리를 하고 나니, 고민하던 원고가 이렇게 완성됩니다.

일시적인 생활의 여유를 넘어 근본적인 내려놓음, 비움 그리고 채움을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연습을 통해 마음의 힘이 자라나며 성장의 행복을 경험합니다.

나의 본래 원만한 마음에 텅 비어있는 그 편안함은 시간과 장소를 떠나 언제든 찾을 수 있고, 그 안에 무엇이든 가득 채울 수 있는 물건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우리입니다. 그 가운데 이롭고 필요한 물건만 수시로 정리하고 보관하며 필요에 따라 온전히 꺼내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음 정리하는 연습. 어떤가요? 지금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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