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이 가져온 변화들

입력 2021. 07. 20   16:50
업데이트 2021. 07. 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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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운영 분야 개혁 성과 특별기고 (2)

박종효 중령 국방운영개혁담당관실
박종효 중령 국방운영개혁담당관실

5월 중순 주말 오전 집에 있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의 전화를 받아 본적이 언제인가 기억나지 않았기에 더욱 놀라웠다. 입대 전까지 아들과 연락할 필요가 있을 때는 전화보다는 문자로 물어보고 답하는 정도였다. 주고받는 문자 내용도 “알겠어요” “네” 정도의 간명한 대화뿐이었다.

아들은 성장기 사춘기 때도, 대입 수험생 시절에도 나에게 질문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물어보면 “알아서 한다”거나 “생각 중”이라고만 했던 아들이 아버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일주일에 세 번씩이나 전화를 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도 통화는 계속되고 있다. 아버지와는 세대 차이 난다고 타박하던 아들이 지금은 군 생활을 하며 가장 궁금하고 고민되는 것을 물어보고 있다. 아버지의 마음이 다 그렇듯 아들이 기대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과 설렘을 얻고 있다.

나는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이 모습을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바람직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군인이기 이전에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아들과 전화통화로 안부를 확인하고,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가족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나에게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또 다른 의미로도 중요하다.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국방개혁 병영문화 개혁과제인 ‘자율과 창의 보장을 위한 근무여건 개선’에 포함된 세부 과업이다. 현재 국방개혁실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는 부여된 업무와 연관성이 매우 깊다고 할 수 있다.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2020년 7월부로 전면 시행됐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주관한 ‘장병 인식 조사’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이 가족·친구·지인과 일과 이후 ‘자유로운 소통’, 개인의 취향·취미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와 활력을 주는 ‘여가선용’, 전역 후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자기계발’ 등에 활용되며 병사들의 군 복무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특히 심리적 안정(95.9%)과 군 복무의 임무 몰입도(75.7%)에 긍정적 영향이 확인됐다. 더불어 코로나19 상황에서 휴가·외출이 통제된 병사들이 고립감을 해소해주고 있으며, 부모님과의 일과 후 소통은 현 상황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며 안심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건전한 병영문화 사례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불법 사이버 도박, 휴대전화 과의존 사례 등 일부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방부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을 통한 교육 프로그램 적용, 예방교육, 규정정비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환경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사 스스로 자율과 책임을 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전·후방 각지에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들이 있다. 우리 아들이 그러한 것처럼 군 복무 중에 가족·지인과의 통화로 다양한 도움과 격려를 받고 있을 것이다. 아들에게 걸려 온 전화는 군 복무 중인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무사히 마치고 더욱 건강해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또 국방개혁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병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은 선진 병영문화 정착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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