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회 기자의 군(軍)금해] 국내 기술로 창정비 마친 골키퍼, 해군 함정에 어떻게 설치될까?

입력 2021. 07. 16   17:06
업데이트 2021. 07. 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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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6.5톤, 까다로운 분해·이송 거쳐 설치에 일주일
16 국내 기술로 창정비 마친 골키퍼, 해군 함정에 어떻게 설치될까?
 
레이더·기관포 하나로 묶은 방어체계
자체 탐지·추격…분당 4200발 총탄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등 13척에 탑재 

국내 방산업체, 탈레스사서 기술 전수
국내서 창정비 가능해지며 예산 절감

 

해군 진해 군항에 정박한 을지문덕함에 국내기술로 창정비를 마친 골키퍼가 설치되고 있다.  국방뉴스 캡처
해군 진해 군항에 정박한 을지문덕함에 국내기술로 창정비를 마친 골키퍼가 설치되고 있다. 국방뉴스 캡처

해군 진해 군항에 정박한 을지문덕함에 국내기술로 창정비를 마친 골키퍼가 설치되고 있다.  국방뉴스 캡처
해군 진해 군항에 정박한 을지문덕함에 국내기술로 창정비를 마친 골키퍼가 설치되고 있다. 국방뉴스 캡처

최근 해군 진해 군항에 정박해 있는 3200톤급 구축함(DDH-Ⅰ) 을지문덕함에 창정비를 완료한 ‘골키퍼(Goalkeeper)’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골키퍼는 적의 대함미사일·항공기·고속침투정 등의 위협으로부터 아군 함정을 방어하는 최첨단 장비인 근접방어무기체계(CIWS)입니다. 다른 모든 방어수단을 가동했지만 적 공격을 제지하지 못했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보루’라고도 불립니다. 이번 작업은 국내 방산업체가 해외에서 배워온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창정비를 하고 설치까지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해외에 의존했던 골키퍼 창정비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하기까지에는 방위사업청과 해군군수사령부(군수사), 국내 방산업체의 숨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군금해 이번 시간에는 골키퍼 설치 과정과 국내 창정비로 얻게 되는 이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안승회 기자


근접방어무기체계의 필요성

적함 바로 옆에 함정을 붙여서 함포로 타격하던 대항해시대, 항공모함의 함재기로 공격하는 방법이 급부상한 제2차 세계대전을 거쳐 레이더로 적을 탐지하고 미사일을 발사해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거리에 있는 적을 타격하는 현대전까지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함정의 레이더와 사격관제시스템은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했고, 방공시스템 역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방공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완벽한 방어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적의 소형 수상정이 방어선을 넘거나, 대함유도탄이 아군 함정의 방공망을 돌파하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대함유도탄이 함정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평균 30초, 길어야 1분입니다. 이 짧은 순간에 함정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지요.

이때 최후의 순간에 함정을 지키는 것이 바로 CIWS입니다. CIWS는 분당 4200발의 포탄을 쏟아내며 방어막을 형성합니다. 자체적으로 탐지·추격 수단, 사격관제시스템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레이더와 기관포를 하나로 묶은 것으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CIWS 중 콜키퍼의 제원을 살펴보면 무게 6.5톤, 높이 3.7m입니다. 골키퍼는 아래로 25도 위로 85도까지 움직일 수 있어 넓은 사격 각도를 자랑합니다. 1초에 80도까지 움직일 수 있고 초당 70발씩, 분당 4200발을 사격할 수 있습니다. 유효사거리는 2㎞입니다. 골키퍼는 제조국인 네덜란드를 비롯해 유럽·남미·중동의 일부 국가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 함정 중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7600톤), 광개토대왕급(3200톤) 구축함 등 총 13척에 탑재됐습니다.


을지문덕함에 골키퍼 설치

국내 방산업체 구미공장에서 창정비를 마친 골키퍼는 이송 전 통합 터렛(turret·회전 포탑)에서 추적 안테나, 탐색 안테나, 포신 등을 탈거합니다. 더욱 수월한 운반을 위해서죠. 설치 대상인 을지문덕함이 정박해 있는 진해 해군기지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설치가 시작됩니다. 먼저 이송 전 탈거했던 통합 터렛을 함정에 설치하는데, 이때 군수사 예하 정비창 크레인이 동원됩니다. 전용 호이스트를 포탑에 걸어 함정으로 끌어 올린 뒤 상부 갑판과 고정합니다. 이후 안테나 전용 호이스트를 탐색안테나와 추적안테나에 걸어 함정에 설치한 포탑에 탑재한 뒤 고정합니다. 그다음 포신 상자를 함정에 올려 포장을 벗긴 뒤 통합 터렛에 포신을 설치합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가 남았습니다. 함정에 탑재된 골키퍼의 구성품을 설치하고 자체 이음매를 실리콘으로 감싸는 실링 작업을 끝으로 골키퍼 설치는 마무리 됩니다. 기술자들은 연동장비와 통합 터렛, 전원·신호 케이블 등을 연결하고 꼼꼼하게 점검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골키퍼를 이송하고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 또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은 일반 자동차 조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습니다. 이송부터 설치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합니다.


국내기술 창정비의 이점


창정비 기술이 국내에 도입되기 전 골키퍼에 결함이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했을까요? 제작사인 네덜란드 탈레스사(社)에 부품을 보내거나 현지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원제작사가 주관하는 창정비에는 막대한 예산과 오랜 정비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고심하던 군수사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바로 원제작사와 국내 방산업체를 연결해준 것이죠. 군수사는 원제작사와 국내 방산업체와의 오랜 교감 끝에 국내 방산업체가 원제작사의 기술을 이전받고 전용 정비시설을 구축해 창정비를 수행하도록 협의를 끌어냈습니다. 그 결실은 2016년에 맺었는데요. 국내 방산업체가 방위사업청과 골키퍼 창정비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2018년에는 국내 방산업체가 원제작사인 네덜란드 탈레스사에 기술인력을 파견해 정비 기술과 경험을 전수했습니다. 이 업체는 경북 구미 생산본부에 전용 창정비 시설을 구축하고 그동안 해외에 의존해왔던 골키퍼 정비를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로써 해군은 장비를 더욱더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후속 군수지원도 제때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정비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해외 창정비 대비 1000억 원 이상의 국방예산 절감 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민·군이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군수지원 여건을 마련하고 국내 정비기술을 개발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CIWS-Ⅱ 개발


우리 군은 골키퍼의 창정비 기술 도입을 넘어 국내기술로 CIWS-Ⅱ를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근접표적에 대한 대함 방어 능력을 높이고, 극초음속 미사일 등 대공표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성능이 월등한 근접방어무기체계가 필요해졌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미국과 네덜란드로부터 도입한 CIWS의 단종 및 비용 상승 등으로 근접방어무기체계를 해외에 의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함정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업체 주관으로 국내에서 연구·개발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성공적으로 CIWS-Ⅱ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형 차기호위함(FFX-Ⅲ) 장착을 시작으로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미래 항모인 경항공모함(CVX) 등에 탑재돼 해군 함정의 최후의 방어선을 책임지게 됩니다.


유튜브 국방뉴스 채널에서 선보이는 ‘안승회 기자의 군금해’ 콘텐츠를 국방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모바일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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