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한 천년지대軍 교수실에서] 리듬을 지배하는 부드러운 리더십

입력 2021. 06. 28   16:47
업데이트 2021. 06.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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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경 한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장·중령
임 경 한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장·중령
사관생도들에게 국제정치와 군사전략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국제관계에서 힘(Power)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힘이 국가 간 관계를 결정짓고, 모든 전략에 우선한다고 믿는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On War)』에 따르면, 힘이란 상대방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게끔 만드는 능력이다. 우리는 통상 국가의 힘을 얘기할 때 강력한 군사력을 떠올리는데, 군사력을 통해 적을 굴복시키는 일련의 과정에서 힘의 무한한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힘에 대한 정의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군사력 등을 의미하는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비되는 힘, 이른바 부드러운 힘으로 일컬어지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매력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국가 간 관계에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군인의 리더십에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군을 들여다보자. 군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치우침이 없다. 군이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시리도록 차가운 시선을 보인다.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많아서다. 내 가족과 친척 중 누군가 혹은 내 이웃의 가족과 친구 중 누군가는 군에 다녀왔거나 군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민에게 군은 항상 가까운 평가 대상이다. 좋은 의미에서 보면 팬덤(Fandom)이 대단한 조직이다. 그래서 항상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이는 군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군인으로서 느끼는 부담을 회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항상 잘할 수는 없지만, 비난을 겸허히 수용하기만 하는 자세가 습관이 되면 안 된다. 스스로 군의 분위기를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게는 1년6개월, 많게는 30여 년간 근무한 군인들이 느끼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감정들을 갖고 생활하리라 본다.

즉 우리 모두 같은 리듬(Rhythm)을 타야 할 운명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목표를 향한 길에 동행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반복된 리듬에 몸을 맡기고, 누군가는 그 리듬에 약간의 변화를 창조해내며, 또 다른 이는 모두를 같은 리듬의 흐름 속으로 이끈다.

있어야 할 위치에 서서 본인의 임무를 훌륭하게 해내는 것은 기본적인 리듬을 타는 것이며 모든 군인의 역할이다. 한발 앞에 서서 부대원의 길을 터주는 것은 리듬 창조자인 간부의 역할이다. 모든 부대원이 같은 리듬에 올라타도록 매력으로 설득하고 이끄는 것이 지휘관의 임무일 것이다.

부드러운 힘이 그 지휘의 근원이 돼야 한다. 트렌드 변화 속도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세상이다. 변화의 속도에 맞게 리듬의 비트가 바뀌어야 한다. 같은 목표를 가진 부대원 모두가 같은 리듬에 올라타도록 신명 나는 분위기를 조성해보자. 그러면 국민의 응원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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