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경 천년지대군 교수실에서] 군 교수자의 공감에 대하여

입력 2021. 06. 14   16:28
업데이트 2021. 06. 1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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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경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학 교수·소령
전윤경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학 교수·소령

나는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군에 기여하고자 교수의 길을 선택했다. 혹자는 20년을 향해 달려가는 장교 생활의 4분의 3을 교육 분야에 있었으니 교육에 있어서는 전문가이지 않은가, 뭘 그리 고민하나 질문하기도 한다.

처음 교단에 설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수업이라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면 되는 것이니, 교수인 내가 지적으로 충분히 준비해서 가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이 오산이었음을 깨닫는 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학습자의 무관심한 눈빛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어떤 이들은 내게 화가 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해왔는데 왜 저런 표정을 보이는 것일까?

여러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겠으나, 최근 내가 무게를 싣는 부분은 교육현장에서 나의 상대역인 학습자에 대한 공감이다. 공감은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의 경험의 일부가 돼 그 느낌을 공유하며 그것을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뇌과학의 시각에서 본 인간은 기본적으로 거울 뉴런이라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며 연대할 수 있고, 이 공감능력 덕분에 인간은 여러 위기를 극복하며 현생하는 종(species)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 무료함과 졸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학습자의 생존을 돕기 위해 교수가 먼저 호모 엠파티쿠스(Homoempathicus), 즉 공감형 인간이 돼야 한다.

호모 엠파티쿠스의 시작은 교수자가 학습자의 현 상태 또는 특수한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의 학습자인 생도는 학과(일과 중)와 훈육(일과 후)이라는 서로 다른 학습이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수업 시작 때 짧은 인사, 가령 월요일 아침 수업 시 “생도대에서 주말 동안 ○○ 이벤트를 했다던데”와 같은 한마디를 건네면 학과-훈육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는 학습자에게 수업에 대한, 최소한 교수자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불러올 수 있다. 학습자가 교수자에게 갖는 긍정적인 감정은 수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교수자가 호모 엠파티쿠스가 되는 또 하나는 비위(非違)가 아닌 그야말로 해프닝이 생겼을 때 규칙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규칙은 사실 예규평가를 받는 피교육생이 제일 잘 알고 있다.

나도 학습자 시절에 빈 강의실에서 잠이 들어 시험시간에 교수님보다 늦게 도착한 적이 있다. 하얗게 질려 나타난 나에게, 교수님은 “시험 준비하느라 속이 안 좋은가 보네”라는 말 외에는 한마디도 묻지 않으셨다. 그분 덕으로 지금의 이 자리에 있는 나는, 가끔 수업시간에 늦는 학습자를 접하면 “태도 점수 감점”이라고 외치기 전에 내 경험담을 들려주고 곧 평안해지는 그들의 얼굴을 본다. 인간은 자신과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 대해 들으면 주체성에 관여하는 신경세포들이 반응하게 되는데, 이 주체성 또한 학습에 필수적인 요소다.

교수자의 학습자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학습 몰입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은 과학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군 내 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학습자를 위한 호모 엠파티쿠스가 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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