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훈 천년지대군교수실에서] 환경보전의 의무

입력 2021. 06. 07   16:01
업데이트 2021. 06. 0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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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훈 육군3사관학교 군환경연구센터장·중령
한종훈 육군3사관학교 군환경연구센터장·중령

군인복무규율은 제11조 2항 환경보전의 의무에서 군인은 직무 수행 시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제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지휘관은 주둔지 시설물의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규제·감독해야 하며, 장병이 환경보전 및 전장정리를 생활화하도록 교육·지도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군부대는 국가의 다른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생태계가 보전되고 있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도시의 상하수도 시스템 등의 인프라에 접근이 힘들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간이 인프라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군부대 환경문제의 대부분은 여기서 출발한다.

과거 군과 환경의 관계는 물과 기름의 관계라고 표현되곤 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군은 승리를 위해 환경 파괴에 대한 걱정을 우선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시라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평시에도 우리 군이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군부대의 위치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환경오염 외에도 배출가스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군부대 차량에 의한 대기오염, 유류 누출로 인한 주변 지역 토양 및 수질오염, 처리되지 않고 방류되는 하·폐수에 의한 수질오염, 사격장 및 군 공항의 소음 문제,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로 인한 생태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온전히 군이 문제가 있어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시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좋지 않을 것이다. 군 자체의 환경에 대한 인식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군 내 환경을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의 전문성은 매우 미흡해 환경 관련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기 힘든 실정임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30년 환경보고서는 각종 환경오염의 소스라 평가받는 대기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대기오염이 증가해 오존과 관련된 조기사망은 4배, 미세먼지 관련 조기사망은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39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BRICS 국가를 포함한 선진국들의 정책과 대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는 환경오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세계 각국과 협력하며 구체적인 대응 정책을 발전시키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우리 군도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정책을 신중히 분석·검토하고,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군인복무규율상 환경보전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싶다.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 문제에 대해 지휘관은 책임지고 장병들이 최대한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해석되는 내용은 군인이 환경보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있다.

장병 스스로는 주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조직에서는 환경보전에 대한 지식을 장병들이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며, 전문성 있는 환경문제 대응부서를 신설하고, 환경 분야별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양성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실천을 통해 우리 군은 환경오염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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