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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견장일기] 나는 대한민국 육군 공병 소대장이다

기사입력 2021. 05. 13   16:31 입력 2021. 05. 13   16: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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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희 웅 
육군2공병여단·중위
나는 대한민국 육군 전투공병 소대장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리고 얼마 후면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 다시 사회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2년간의 군 생활을 정리하면서 내가 받았던 인수인계서를 어떻게 수정하고 보완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2년 전, 낯선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 장교 양성 기관에서 교육을 받았음에도 공병 소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깨 위의 푸른 견장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소대원들을 무사히 부모님의 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슴 깊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관을 앞두고 가장 고민한 것도 소대원과의 관계 형성이었으며, 지금까지 나의 군 생활에 가장 큰 의미를 남긴 것도 소대원과의 관계다. 군 생활을 하면서 지휘관과 부하 간의 관계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를 향한 진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병 소대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주로 소대원들과 함께 지뢰제거 작전에 투입됐다. 지뢰 탐지와 제거라는 위험하면서도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작전 소대장으로서 소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최전방에서 통제하는 임무를 맡았다. 나의 판단과 통제 방법이 소대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현장에서 무거운 안전복을 착용하고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작전을 수행했다.

현장 상황 판단도 중요했지만 소대원들의 평소 고민거리나 상태도 파악하고 있어야만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전을 진행할 수 있었기에 일과 종료 후에도 소대원들과 함께 생활하고 숙영하며 그들과 하루를 온전히 공유했다. 그 덕분에 나는 소대원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을 많이 배웠다.

소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마음을 다해 경청하고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고, 한 명 한 명의 강점을 파악해 임무를 분담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게 됐다. 서로를 향한 작은 노력 덕분에 고된 작전에도 함께라면 힘이 났고, 믿고 따라주는 소대원들 덕분에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모두 함께 완전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소대원들을 지휘하고 그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즐겁게 지내던 어느 날, 전역을 앞둔 용사가 “항상 진심으로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대장님을 더 일찍 만났다면 제 군 생활이 더 즐거웠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소대원들에게 지금처럼 진심으로 대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여전히 내게 큰 여운을 남기는 고마운 한마디다.

소대장의 진심이 소대원에게 닿으면 소대원 한 명 한 명이 의미 있는 군 복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의 소대원들은 20대 초반 꽃 같은 시기에 나라를 위해 군대에 왔다. 소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마지막 날까지 소대원들이 건강하게 부모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군인으로서 마지막 문턱을 향해 걷고 있는 지금, 소대원들과 함께하며 얻는 지혜와 자신감은 앞으로의 시련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풍부한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신임장교의 지휘실습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야전에서 공병 소대장 임무를 수행할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기고 싶다.

“소대원들에게 소대장의 진심을 보여주어라. 진심이 닿으면 그들의 경계심은 눈 녹듯이 녹을 것이고, 하나로 똘똘 뭉쳐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더 강하고 더 행복한 소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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