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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진중문고] 소크라테스에게 듣는 조국의 의미

기사입력 2021. 04. 28   17:14 입력 2021. 04. 28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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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박정근 상병 육군 탄약사령부 11탄약창



플라톤 지음
박병덕 번역
육문사 펴냄

“부족한 저를 믿고 언제나 임무를 맡겨준 내 조국, 대한민국에 감사합니다.” 두 장군의 전역식에서 나온 한 마디가 이따금 귀에 맴돈다. 허깨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단어 ‘조국’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순간이 있다. 조국을 수호하는 사명을 받은 우리는 때로 궁금하다. ‘왜 나는 이곳에 서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2500년 전, 지구 반대편의 짧은 대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인 크리톤의 대화가 담겨있다.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죄목부터 판결까지 모든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에게 국외로 망명하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사형을 앞둔 소크라테스는 ‘국가와 법률’을 의인화해 그를 단념시킨다.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크리톤을 설득했을까?

국가와 법률은 묻는다. “한 나라에서 내려진 법의 결정이 개인에 의해 무효가 되고 번복되는 것은 법률과 나라 전체를 파괴하는 행위다. 너희는 지금 우리를 죽이려는 것이냐?” 이에 대해 “그거야 국가가 소크라테스에게 부정을 행했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지 않은 탓입니다”라는 반박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는 반문한다. “공정하지 못한 판결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희와 우리의 약속이었던가?”

아테네는 소크라테스에게 국민으로서 모든 권리를 보장했고 국가와 법률을 이해한 후에도 아테네가 싫어진다면 언제든 재산을 가지고 떠날 수 있는 자유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그는 아테네를 떠나지 않았고, 이 국가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죽이려 든다는 이유로 외면할 수 있을까?

국가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조금 더 살겠다는 비열한 욕망으로 부끄럼도 없이 신성한 국법을 파괴한다는 것. 이런 누명을 안고 다른 나라로 이주한다면, 과연 너희가 지금까지 주장해왔던 ‘덕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

결국 그의 도망은 그를 재판한 사람들의 생각을 보증해주고, 판결이 정당했다고 생각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크리톤은 “소크라테스, 나는 할 말이 없다네…”하며 단념하고 돌아간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누려온 것들이 있다. 22년간 대한민국에서 내가 살아왔다는 것.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가난으로 불안에 떨지 않고 양질의 교육을 받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 뒤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 이 사실이 내게는 그 자체로 ‘빚’이었다.

조국이 우리를 지켜온 20여 년, 그리고 이제 우리가 조국을 지키는 18개월의 시간이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 그들의 소소한 일상과 행복 그 이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태해질 겨를이 없다. 명예롭지 않을 이유가 없다. 때문에 독배를 앞에 둔 소크라테스에게 건네는 한 마디, “소크라테스, 나 역시 할 말이 없다네…” 소크라테스가 오히려 나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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