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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종교와 삶] ‘코로나 핑크’를 위해서

기사입력 2021. 04. 20   16:05 입력 2021. 04. 20   16: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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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 혜 
해군1함대 군종실·목사·대위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울감과 갈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이 늘고 코비디보스[코로나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가 확대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혼이 증가한 것을 반영한 신조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인내와 이해는 줄어들고, 서로의 단점만 크게 보이는 듯합니다. 휴가와 외출이 제한된 채 부대와 숙소에서 부대끼며 지내는 우리 장병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시기일 겁니다. 모두가 힘들고 관계가 틀어지기 쉬운 지금, 어떻게 우리의 관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몇 년 전, 법사님과 서로의 종교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짧은 대화였기에 정확하진 않지만,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은 상대방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는 윤회를 통해 다음 생에서 다른 존재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나’가 언젠가는 ‘너’가 됩니다. 타인이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군종장교 중에는 군 복무를 끝내고 다시 입대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군에 입대한 신부님들은 십여 년 전 모두 병장제대를 하고 예비군까지 마친 분들입니다.

다시 받는 군사훈련에 괴로워하셨지만 한 가지는 부러웠습니다. 병사로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병사들의 눈빛만 보고도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입니다. 타인의 입장을 경험한 것은 큰 자산입니다.

그렇지만 타인의 입장을 겪어봤다고 모두가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가 아니었던 부모는 없고, 이병, 하사, 소위 시절을 겪지 않은 병장, 상사, 대령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마음을 모르는 부모, 이병의 막막함을 잊은 병장이 많습니다. 겪은 일이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반대로, 겪어보지 않았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경험하지 않았어도 결혼에 기뻐하고 장례에 슬퍼합니다.

모든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볼 순 없지만 깊이 생각하면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게 타인을 자신처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까 법사님과의 대화에서 내가 따르는 기독교에서는 ‘가장 작은 자에게 한 것이 예수 자신에게 한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타인, 특히 약자를 ‘하나님(神)’으로 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타인을 귀하게 대하는 것도, 무시하며 혐오하는 것도 그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가 됩니다.

그래서 기독교의 예수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 이 땅에 온 것입니다. 말로만 약자의 마음을 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겪기 위해 사람이 됐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대하는 타인의 얼굴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 곳 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요즘, 마주 보는 얼굴에서 나의 얼굴,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코로나 블루, 레드가 아니라 핑크빛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타인의 거친 말과 행동에 힘겨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아픔을 하나님께서 함께 아파하신다는 것이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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