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공군 병사로 입대해 16전투비행단 특수임무반에 배치됐다. 처음 특수임무반 사무실을 들어간 날 칠판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Always Be Ready.’ 항상 준비되어 있으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무엇을 준비하라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찬찬히 곱씹은 지난 3년여의 복무 기간을 통해 문구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특수임무반은 테러범 진압 및 체포를 통해 테러 확산을 막는 초동조치를 수행한다. 특수임무반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언제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임무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체력과 전투 역량은 물론, 전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요구된다. 함께 역경을 이겨낸 전우들과 나눈 끈끈한 정과 신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 전우들과 마음을 맞춰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병사로서 복무 기간을 마칠 때가 다가오자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살려 조국 수호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지난해 4월 전문하사로 임관해 복무를 이어갔다. 신분이 바뀌면서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됐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게 됐다.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업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바도 달라졌다. 특히 기동소대로 부서를 옮기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특수임무반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동소대는 기지에 위협 상황이 발생하면 최단시간에 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 따라서 언제 어디든 출동할 수 있도록 항시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부서에 적응하는 기간은 처음 입대했을 때만큼이나 고됐다. 몸이 힘든 것보다 새로운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힘들 때마다 입대 후 처음 마주했던 문구 ‘Always Be Ready’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특히 간부로서 함께 근무하는 전우들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대원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움직일 때만 완벽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2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부대 전투지휘검열(ORI)이 있었다. 전역 전 휴가를 사용하면 검열에 참가하지 않고 전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기간 부서원들과 갈고닦은 전투대비태세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고민 끝에 남은 휴가를 반납하고 수검 후 전역하기로 결심했고, 두 번의 전투태세훈련을 거쳐 전투지휘검열까지 조금의 아쉬움도 없도록 최선을 다했다.
전역 후에도 한동안 재입대하는 악몽을 꾼다는 이들이 있다. 나도 재입대를 꿈꾸지만 그것은 악몽이 아닌 멋진 미래의 모습이다. 지난 3년여의 복무를 통해 전우들과 힘을 모아 조국을 수호하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일이며, 일생을 바쳐 헌신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비행단을 떠나기 전 입대해 처음 마주했던 칠판을 다시 잠시 바라본다. 여전히 적혀 있는 ‘Always Be Ready’ 문구가 내게 묻는 듯하다. “조국 수호를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었는가?” 이제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I’m Ready.”